[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이하 ‘흑백요리사2’)는 시작부터 가볍지 않았다. 출연자를 둘러싼 잡음, 심사위원을 향한 여론의 시선, 제작발표회 불참이라는 이례적 장면까지 겹쳤다. 공개 전부터 프로그램의 화제성은 요리보다 논란에 먼저 닿아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최근 1~3회가 베일을 벗었다. 첫 인상은 분명했다. 제작진은 해명도, 강조도 택하지 않았다. 대신 화면은 묵묵히 요리로 향했다.

초반 전개는 시즌1의 성공 공식을 유지하면서도 톤을 의도적으로 낮췄다. 농담은 줄었다. 리액션은 절제됐다. 카메라는 심사위원보다 조리대 위 손놀림에 오래 머물렀다. 출연진의 사연을 과잉 설명하지도 않았다. 대신 경연 과정과 결과를 차분히 쌓아 올렸다.

‘흑백요리사2’의 선택지는 명확했다. ‘논란을 언급하지 않는 방식’이 아니라, ‘논란을 중심에서 밀어내는 구성’이었다.

연출 김학민 PD가 ‘흑백요리사2’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변화를 위한 변화는 지양했다. 시즌1에서 사랑받은 요소를 보완하고, 아쉬웠던 지점은 새로운 장치로 대체해 완성도를 높였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몰입도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특히 프로그램 중심에 선 건 ‘흑수저’ 셰프들이었다. 공개 직후 가장 빠르게 반응이 쏠린 지점도 여기였다. 각종 경연 우승자, 이미 방송 경험으로 얼굴이 알려진 셰프들까지 대거 흑수저로 분류됐다.

그렇다 보니 프로그램이 설정한 계급 구도와 실제 참가자의 이력 사이에서 생기는 긴장감이 초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왜 저 사람이 흑수저냐”는 질문은 곧 “이 요리는 통과할 수 있느냐”로 옮겨갔다. 제작진은 이 질문의 방향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연출의 변화도 눈에 띈다. 시즌1이 캐릭터와 관계성에 무게를 실었다면, 시즌2는 상대적으로 기능적이다. 컷 편집은 빠르되 감정 과잉을 피했다. 자막 역시 설명보다 정보 전달에 치중했다. 요리 경연이라는 장르의 본질을 다시 꺼내 든 셈이다. 심사위원의 멘트는 짧아졌다. 판단의 여지는 시청자에게 넘겨졌다. ‘아는 맛’이지만, 익숙함에 기대지는 않는다.

백종원 심사위원을 둘러싼 시선은 프로그램 안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제작발표회 불참 역시 화면 밖의 일로 남겼다.

대신 백종원과 안성재 두 심사위원은 동일한 위치에서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특정 인물의 존재감을 키우거나 줄이려는 연출적 장치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방어가 아니라 선택에 가깝다. ‘심사위원 리스크’를 관리하는 대신, 심사 시스템 자체를 전면에 두는 방식이다. 첫 회부터 진행된 흑수저 결정전도 긴장감을 빠르게 형성했다.

시청 지표는 빠르게 반응했다. 공개 하루 만에 한국 넷플릭스 TV쇼 1위, 28개국 톱10 진입이라는 성적은 시즌1의 후광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초반 3회는 ‘설명하는 시즌2’가 아니라 ‘보여주는 시즌2’에 가깝다. 논란을 덮으려 하지도 정면으로 끌어안지도 않는다. 그 대신 요리 서바이벌이라는 장르의 가장 기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간다.

‘흑백요리사2’는 말 대신 요리를 내세웠다. 이제 남은 건 단 하나다. 담백한 정공법이 끝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중심에서 최후까지 살아남을 셰프는 누가 될지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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