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남자 배우 투톱 작품이 희귀하진 않잖아요?”
배우 전도연이 김고은과 영화 ‘협녀’(2015) 이후 10년 만에 작품으로 재회했다. 소위 여성 투톱 주연 작품이 드문 현 시점에서, 두 배우의 만남은 그 자체로 의미를 더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자백의 대가’는 남편 살해 혐의를 받는 윤수(전도연 분)가 ‘마녀’로 불리는 살인마 모은(김고은 분)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윤수가 있다. 남편 이기대(이하율 분)가 돌연 살해된 뒤 유력한 용의자로 몰린 윤수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윤수의 시련을 따라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 더해, 범인으로 지목되며 세상 모두의 비난을 감내한다.
전도연은 “대본을 보고 촬영을 시작했을 때는 윤수가 치러야 할 대가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며 “촬영하면서 ‘이렇게까지 고생하는 인물이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대가가 이렇게 클 줄 몰라 정말 힘들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그럼에도 ‘자백의 대가’를 선택한 이유는 스릴러 장르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전도연은 “이정효 감독과 ‘굿와이프’(2016)를 함께하며 다시 한 번 작업해보고 싶었다”며 “두 여자의 이야기이자 스릴러라는 점이 동시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올해 넷플릭스는 ‘은중과 상연’, ‘당신이 죽였다’에 이어 ‘자백의 대가’까지 여성 투톱 주연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을 연이어 선보였다. ‘자백의 대가’는 그 흐름을 잇는 올해 여성 서사 작품의 마지막 주자다.

일각의 ‘여성 서사 작품은 귀하다’는 시선에 대해 전도연은 “여자 배우 투톱 작품이 ‘희귀하다’거나 ‘특별하다’는 말이 과연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며 “작품이 많지 않다 보니 희귀해지고, 저와 (김)고은이의 만남도 어마어마하게 특별하게 생각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남자 배우 투톱 작품이라고 해서 특별하거나 희귀하다고 말하지는 않지 않느냐”며 “여성 서사 작품이 반갑긴 하지만,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에는 한편으로 아쉬움도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한 전도연은 모성 중심 서사에 대한 아쉬움도 언급했다. 그는 “‘여성 서사에는 왜 모성애가 아니면 이야기가 없을까’라는 아쉬움이 있다”며 “물론 ‘자백의 대가’에서도 윤수가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모성애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윤수의 가장 큰 동기는 아이와 살고 싶어서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아쉬움을 채운 것은 상대 배우 김고은의 열연이다. 김고은은 이번 작품을 위해 삭발까지 감행하며 생애 첫 사이코패스 연기에 도전했다. 윤수에게 거래를 제안하는 모은 역으로, 두 사람은 극 내내 팽팽한 심리전을 펼친다.

전도연은 “모은은 복수를 계획하는 인물이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연기가 필요한데, 오히려 그런 연기가 더 어렵다”며 “상대 배우의 흐름에 휩쓸리기 쉬운데, 고은이는 끝까지 역할을 단단하게 지켜냈다. 모은이라는 인물을 정말 잘해냈다”고 극찬했다.
다만 그는 “대본을 끝까지 보지 않고 촬영을 시작했는데, 이렇게까지 윤수와 모은이가 안 만날 줄은 몰랐다”며 “마지막에 협력하긴 하지만 너무 안 만나서 당황스러웠다”고 웃음을 보였다.
끝으로 전도연은 “살면서 자신의 나이를 끊임없이 의식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며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캐스팅이나 조건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번에 센 작품을 했으니, 다음에는 따뜻한 멜로 드라마를 꼭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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