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왕관을 썼다. 자세는 삐딱했다. 노란 빛으로 물든 고척스카이돔의 공기가 달라졌다. 의심은 찰나에 불과했다. 최근 불거진 라이브 실력 논란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듯, 지드래곤(GD)은 무대를 가지고 놀았다.
가수 GD가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5 월드 투어 위버멘쉬 인 서울 : 앙코르’를 개최했다.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이번 공연을 통해 장장 9개월을 달려온 월드투어의 마침표를 찍었다.
오프닝부터 압도적이었다. 강렬한 메탈 사운드로 편곡된 신곡 ‘파워(POWER)’가 울려 퍼지자 1만 8천여 관객은 일제히 일어나 GD를 반겼다. GD는 특유의 스웨그 넘치는 제스처와 날카로운 래핑으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이어지는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 무대에서는 태양과 대성이 깜짝 등장, 고척돔의 지붕을 뚫을 듯한 함성이 터져나왔다. 빅뱅 완전체의 시너지는 여전했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지난달 열린 ‘MAMA 어워즈’에서 보여준 라이브가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컨디션 난조가 가장 큰 무대에서 드러난 것. GD는 정공법 대신 ‘영리한 파격’을 택했다. 완벽하게 짜인 음정이나 박자보다 현장의 분위기를 쥐락펴락하는 ‘광대’의 기질을 발휘했다.
특히 팬들과의 스킨십은 스페셜했다. 정신없이 플로어석 구석구석을 누볐다. 관객의 휴대전화를 가져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영상을 찍는가 하면, 팬이 건넨 모자를 자연스럽게 눌러쓰고 즉시 안무를 만들었다. 카메라 앞에서는 마치 장난꾸러기 소년처럼 재롱을 떨었다. ‘장꾸미’ 넘치는 그의 표정에 팬들의 눈은 하트로 바뀌었다. 그러다 음악이 바뀌면 순식간에 카리스마 넘치는 아티스트로 돌변했다. 그야말로 천부적인 ‘끼’였다.

히트곡 퍼레이드는 쉴 틈 없이 이어졌다. ‘미치GO’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 ‘크레용(Crayon)’ ‘삐딱하게’ ‘하트브레이크(Heartbreak)’ 등 전주만 들어도 가슴 뛰는 명곡들이 쏟아졌다. 마치 블록버스터를 연상케한 화려한 레이저와 컨페티, 드론 쇼 등 다채로운 무대 장치는 그의 퍼포먼스를 더욱 빛나게 했다. 댄서 바다와의 ‘스모크(Smoke)’ 챌린지, 비트박스 그룹 비트펠라 하우스와의 협업 등 볼거리도 풍성했다.
지난 3얼부터 월드 투어를 시작한 GD는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그는 “시작을 천재지변과 함께해서 마음이 항상 무거웠다. 8개월 동안 이 날만을 기다렸다”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투어를 돌 줄 몰랐다. 팬분들과 티키타카가 난무하는 공연을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콘서트는 약 30분이 지나 공연을 시작했고, 워낙 날씨가 좋지 않아 컨디션도 나빴다. 악평이 쏟아졌다. 그에 대한 부채를 털어놓은 셈이다.

빅뱅 컴백도 언급했다. GD는 “내년이면 빅뱅이 20살이다. 성인식이 있을 것”이라며 “4월부터 워밍업을 시작한다. 코첼라 무대도 일종의 워크숍 같은 것”이라고 말해 팬들을 열광케 했다.
앙코르 무대에서 다시 뭉친 태양, 대성과 함께 ‘위 라이크 투 파티(WE LIKE 2 PARTY)’, ‘눈물뿐인 바보’를 부르는 그들의 모습에선 20년 세월이 빚어낸 단단한 우정이 엿보였다. 약 3시간 동안 22곡을 쏟아낸 GD는 그간의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 ‘무제’를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다.

GD는 실력과 쇼맨십, 팬들을 향한 진심으로 자신을 둘러싼 의심을 찬사로 바꿨다. 그간 17개 도시, 39회 공연, 82만 5천 명의 관객을 모았다. 수치로 증명된 기록보다 더 빛난 건 무대 위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권지용’이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