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49)의 고교 시절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소년범 의혹’에서 미디어에 대한 책임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조진웅이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김경호 변호사가 디스패치와 소속기자를 상대로 한 형사 고발과 함께 “디스패치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강경한 경고를 날렸다.
쟁점은 해당 매체가 기사에서 단정적으로 쓴 표현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형사재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는 문장이다.
김 변호사는, 조진웅의 경우 당시 검찰에 기소돼 형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적이 없고 법원이 내린 결정은 어디까지나 소년보호처분이라고 강조한다.
형사재판과 소년보호처분의 법적 성격은 전혀 다르다. 형사재판은 유죄가 선고되면 전과 기록이 남고, 성인이 된 뒤에도 각종 인·허가, 취업, 사회적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가정법원 소년부의 소년보호재판은 처벌이 아닌 교화와 개선을 목적으로 하며, 소년법 제32조는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고 못박고 있다.
그럼에도 해당 매체는 “형사재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특가법상 강도·강간으로 형사 재판을 받았다”는 식으로 서술해,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을 중범죄 전과자, 흉악범으로 둔갑시켰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주장이다.
소년 사건은 원칙적으로 비공개이며, 소년법 제70조는 수사·재판 기록에 대한 조회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김 변호사가 “디스패치는 문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고까지 말한 배경에는 민사 책임 문제도 깔려 있다.
조진웅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드라마·영화·광고 등 이미 계약된 프로젝트의 위약금, 제작사·방송사와의 손해배상, 향후 활동 불능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까지 모두 디스패치를 상대로 구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취지다.
더불어 이번 사태는 단순한 ‘과거 검증’을 넘어, 우리 사회가 소년사법과 교화 시스템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까지 함께 드러낸다.
이미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사회에 복귀한 사람에게, 수십 년이 지난 뒤 “형사재판을 받았던 흉악범”이라는 새로운 낙인을 찍는다면, 소년법이 전제하고 있는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는 원칙은 사실상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디스패치의 보도가 법정에서 어떻게 평가받느냐에 따라, 향후 연예 기사 관행과 소년사건 보도 기준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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