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 늦깍이로 첫 무대 데뷔, 30여 년간 원주 연극의 파수꾼 역할
열악한 현실에도 꿈과 희망을 놓지 않는 원주 연극인들의 나침판

[스포츠서울ㅣ원주=김기원기자]언제나 배고픈 예술, 연극계는 아직도 살림살이가 넉넉치 않다. 생계를 위해서 투잡, 쓰리잡을 뛰며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 “당장 그만 두라”고 하고 싶다는 함두영 한국연극협회 지부장은 1996년 42세의 늦깍이로 첫 무대에 선 이래 30여 년간 현역에서 원주 연극계를 지키고 있다.
함두영 한국연극협회 지부장은 원주연극계의 현황을 묻는 질문에 “매년 원주예술제, 청소년예술제, 강원연극제 참여도 매우 벅차다”고 토로한다.
한국연극협회 원주지부는 자체 사무공간이 없다. 그에 따른 직원도 없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나갈 기록을 보관할 시스템이 없으니 당장의 일도, 미래의 일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가 난망하다.
서울에서 연극을 한다는 것도 매우 힘든 일임에 지역에서야 어찌 필설로 다 설명하기 어려울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함 지부장은 당장의 시급한 현안에 대해 사무공간의 필요, 자체 상설공연장 신설을 들었다. 사무공간은 당장 원주예총도 30여 년을 치악예술관 지하 한귀퉁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원주에서 공연장으로 활용되는 곳은 치악예술관, 백운아트홀, 청소년문화의 집, 태장공연장, 웃끼홀(개인소유) 등이 있다. 함지부장은 이와 같은 공연장이 실제로는 일반 공연을 위주로 설계되어 있어 연극 공연으로는 부적합하다고 한다. 그나마 청소년문화의집과 웃끼공연장이 나은 편이지만 객석 수나 시설 면에서 관객들의 수준에는 못 미친다고 한다.
원주의 연극공연장 시설이 열악해서 서울로 향하는 원주시민들의 발길을 단지 연극인들의 노력만으로돌리기는 쉽지 않다.
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활발한 여타 지역과 비교해서 인구 대비 지원이 열악하다는 것이 함지부장의 지적이다.

2025년 원주 연극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공모사업 선정으로 ‘국립청년극단’이 원주시에 둥지를 틀었다.
함두영 지부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내 최대 연극 단체인 국립극단에서 조직한 ‘국립청년극단’이 원주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외지 출신들과 지역 연극계가 긴밀하게 협력했으면 한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한국연극협회 원주지부는 6개 극단 60여 명이 정식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원주 최초의 극단인 ‘산야’를 비롯해 블루, 우리네땅, 노뜰, 웃끼, 치악무대가 있다. 원주권역 대학에 연극전공학과가 전무하고 공연장의 부족, 재정지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원주 연극인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연극협회 원주지부는 내년 강원연극제와 강원청소년연극제를 개최한다.

함두영 한국연극협회 지부장은 대성고, 상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원주아파쇼나타윈드오케스트라 부단장, 강원도립극단 자문위원을 지내고 신설 예정인 극단 에버그린 대표를 맡고 있다.
원주 가톨릭센터에서 문화담당 업무를 하며 포크댄스, 연극 공연, 영화 상영, 어학강좌를 진행하며 문화적 안목을 키웠다.
첫 무대는 1996년 원주밝음신협에 근무하던 시절 조합원 문화사업인 연극 ‘여우사냥’에서 문어발 회장역을 맡으면서 연극배우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강원연극제 출품 ‘땅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에서 이발사 만배역으로 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강원연극제 우수연기상 4회, 원주예술대상,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연극인 상, 강원도지사 표창, 강원도예총 공로상을 수상했다.
acdcok402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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