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한 장의 사진이 불러온 소란은 컸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과 ‘오해’가 뒤섞인 채 걷잡을 수 없이 부풀려졌다는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방송인 조세호는 지난 20여 년간 예능계를 지탱해온 성실함으로 시청자에게 인정받아온 인물이다. 지방 무대든 대형 프로그램이든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하며 쌓아온 그의 커리어는, 오히려 이번 논란이 얼마나 과도하게 확장됐는지를 역설적으로 비춘다.
결국 조세호는 여론의 무게를 스스로 판단했고, 제작진과 프로그램을 향한 책임감으로 자진 하차를 선택했다. 이 결정에서 먼저 확인되는 것은 ‘도피’가 아니라 ‘책임’이다.
9일 소속사 A2Z엔터테인먼트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KBS2 ‘1박 2일’에서 하차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설명은 명확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는 마음이다. 시청자들이 느낀 불편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인지에서 비롯됐다.
‘논란의 중심’이 된 스스로를 한 발 물리며, 시스템 전체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읽혔다. 이는 흔히 발생하는 ‘시간 끌기식 해명’이나 ‘책임 분산’과는 다른 결이다. 오래 방송을 해온 사람만이 내릴 수 있는 판단이다.
조세호의 소속사는 동시에 근거 없는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조직 폭력배 사업과 일체 무관하며, 금품 수수 역시 사실무근이다”라고 했다.
제기된 주장 대부분은 폭로성 사진과 글에서 출발했다. 지방 행사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방송인의 특성상, 모든 인연을 사전에 선별할 수 없다는 점은 업계 종사자라면 익히 아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의 단편만 떼어내 연관성을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더욱이 조세호가 해당 인물의 사업을 ‘홍보했다’는 주장 역시, 실제 확인된 근거와는 거리가 멀다.
KBS2 ‘1박2일’ 제작진도 “출연자와 소속사의 고민을 존중한다”며 자진 하차 결정을 받아들였다. 여기에는 또 다른 맥락이 있다. 오랜 시간 예능 프로그램은 한 명의 이미지 논란이 제작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경험해왔다. 조세호가 먼저 물러난 것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번져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에 가깝다. 그가 스스로 책임을 감당한 것이다.
조세호도 직접 SNS를 통해 글을 남겼다. “지방 행사를 다니다 보니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어렸던 마음에 성숙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했다. 변명이 아니라 성찰에 가깝다. 한 장의 사진이 모든 관계와 의도를 정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그 사진이 안겨준 실망에 대해 진심으로 고개 숙였다.
조세호는 “사실이 아닌 부분은 절차를 통해 바로잡겠다”며 허위 사실에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동시에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논란을 피해 숨으려는 태도가 아니라, 정면에서 책임을 끌어안고 다시 나아가겠다는 의지다.
문제의 발단이 된 SNS 폭로글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로 구성돼 있다. 조세호가 마치 조직 폭력배와 깊게 연결돼 있는 듯한 인상을 만들지만, 결정적인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재생산되는 ‘이미지’가 곧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상이 이번 사안을 더 크게 만든 것이다.
유명인의 인연은 넓지만, 그 인연의 배경까지 모두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 ‘틈’ 속에서 오해가 자라나곤 한다.
2001년 데뷔 이후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조세호는, 그 누구보다도 이미지의 무게를 잘 아는 인물이다. 지난해 결혼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으며 안정된 개인사를 만들어가던 시기였다. 그런 그의 결정은 오히려 혼란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로 읽힌다. 프로그램에서 잠시 물러나지만, 책임감을 행사한 결과이지 도망이 아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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