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소년범 전력 논란 끝에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49)에 대해 형사법 권위자인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동시에 “생매장 시도에 맞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우뚝 서야 한다”며 재기를 공개적으로 권유했다.
한 교수는 7일 새벽 자신의 SNS에 조진웅 논란을 둘러싼 입장을 조목조목 적은 글을 올렸다.
한 교수는 조진웅의 과거에 대해 “청소년 시절에 잘못을 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고 전제하면서 “청소년범죄는 처벌을 하면서도, 교육과 개선의 가능성을 높여서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한다. 이게 소년사법의 특징이다. 소년원이라 하지 않고, 학교란 이름을 쓰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진웅이 이후 수십 년간 배우로서 쌓아온 삶에 대해선 “상찬받을” 여지가 있는 과정으로 평가했다. 한 교수는 “그 소년이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십년간 노력하여 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상찬받을 것이다. 지금도 어둠속에 헤메는 청소년에게도 지극히 좋은 길잡이고 모델일 수 있다”고 적었다.
그는 과거 전력을 스스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자신의 과거 잘못을 내내 알리고 다닐 이유도 없다. 누구나 이력서, 이마빡에 주홍글씨 새기고 살지 않도록 만들어낸 체제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면서, 소년사법의 취지 자체가 ‘주홍글씨 없는 재사회화’에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논란의 방향을 연예인이 아닌 언론과 여론에 돌리는 대목도 눈에 띈다. 한 교수는 “누군가 어떤 공격을 위해, 개인적 동기든 정치적 동기든 선정적 동기든, 수십년전의 과거사를 꺼집어내어 현재의 성가를 생매장시키려든다면, 사회적으로 준엄한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그 연예인이 아니라 그 언론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진웅이 전면 활동 중단을 선언한 데 대해서는 강하게 유감을 표했다. 그는 “이런 생매장 시도에 조진웅이 일체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건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다. 그런 시도에는 생매장당하지 않고, 맞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적어 ‘도피형 은퇴’가 아닌 ‘정면 돌파’를 주문했다.
조진웅이 독립운동 관련 작품에 참여해 온 것과 관련된 비난에도 반론을 제기했다. 한 교수는 “그가 좋아했던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일제는 어떤 개인적 약점을 잡아 대의를 비틀고 생매장시키는 책략을 구사했다”고 상기시키며, 개인적 과오를 빌미로 대의를 훼손하려는 시도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한 교수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취약성을 언급하며 대중의 ‘돌팔매’에 제동을 걸었다. “연예인은 대중 인기를 의식해야 하기에 어쩌면 가장 취약한 존재다. 남따라 돌던지는 우매함에 가세 말고, 현명하게 시시비비를 가리자. 도전과 좌절을 이겨내는 또하나의 인간상을 그에게서 보고 싶다”고 글을 맺었다.
가수 이정석도 소년범 출신 배우에 대한 일방적 비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정석은 6일 SNS에 “연예계 은퇴? 왜 그렇게까지 만드나. 너희는 그리 잘 살았고 살고 있나. 세상이 안타깝고 더럽다”고 적었다. 글에는 주어가 없었지만, 같은 날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조진웅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됐다.
한편 조진웅은 최근 고교 시절 중범죄 및 소년보호처분 의혹 보도가 이어지자 과거 일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성폭행 직접 가담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후 그는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한 인간으로서 성찰하겠다”는 취지로 사실상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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