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배신감이 이토록 깊은데, 사과문이 참 얄팍하다.

배우 조진웅의 과거사 의혹에 대해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가 5일 “배우에게 확인한 결과 미성년 시절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잘못했던 행동’으로 일련의 의혹을 퉁친 셈이다. 언론 보도에서 언급된 소년원 송치 의혹이나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요즘에도 이런 입장문을 내놓는 소속사와 연예인이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구체적으로 과오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이다. ‘잘못했던 행동’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황당하게도, 대신 소속사는 선택적 해명을 내놨다. 30년 전 일이라 경위 파악이 어렵다면서도, 가장 치명적인 성폭행 혐의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는 표현까지 써서 부인했다. 잘못은 어물쩍 언급하고, 반박만 선명하게 적어놓은 꼴이다.

이렇게 숨기려는 태도 자체가 가장 큰 문제다. 그동안 과오를 감춘 채 활동해 온 것도 모자라, 아직도 진실 감추기에 급급한 인상이다. 진정으로 뉘우쳤다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명확히 고백해야 한다. 모호한 표현은 과거 은폐 시도로 해석될 뿐이다.

‘조진웅’이라는 예명 사용에 대한 해명은 실소만 자아낸다. 소속사는 예명 사용이 “과거를 감추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한 결심에서 비롯된 배우의 진심”이라고 호소했다.

여지껏 과오를 숨기다가 이번에 들통나 뒤늦게 해명하면서 무슨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한 결심’을 운운하는가. 그 다짐이 진심이었다면, 조진웅은 활동 초기에 본인의 입으로 과거의 과오를 밝혔어야 했다. 이제 와서 감성적인 ‘진심’을 앞세우는 것은, 논란의 본질을 흐리려는 비겁한 포장일 뿐이다.

게다가 앞으로의 책임과 대책에 대해서는 완전히 침묵했다. 과거의 잘못을 어떻게 책임질 것이며, 활동은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이미 촬영을 마친 작품이나 출연 예정작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전무하다.

특히 조진웅 본인의 사과가 없다. 겨우 내놓은 사과문이 ‘사람엔터테인먼트’ 명의의 입장뿐이다. 사태가 이토록 심각한데, 당사자 조진웅은 어디서 뭘 하는가. 대중이 기다리는 것은 소속사의 변명이 아니라, 조진웅 본인이 직접 보여줄 책임 있는 행동과 반성이다. roku@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