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넘어 성희롱·스토킹

선수협 “고소 확정”

선수협 “선 넘는 순간, 팬이 아니다”

1200만 관중 시대의 역설

선수 보호는 선택이 아닌 의무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도 넘은 악성 일부 팬 행동에 결국 선수협을 움직였다. 단순 악플 수준이 아니다. 선수 사생활 침해, 성희롱까지 번졌다. 고소 준비를 마쳤다. 더는 넘길 수 없는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스포츠서울 취재 결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최근 총회에서 악성 팬 고소를 공식 의결했다. 선수협은 이미 국내 최고 로펌으로 불리는 김앤장과 업무협약을 맺어 법적 대응 체계를 구축한 상태. 지난 9월에는 SNS·커뮤니티 악플에 대한 대응이 중심이었지만, 이번에는 사안이 한층 더 심각해졌다.

선수 자택 주변 무단 방문은 물론, 문자와 SNS DM을 통한 성적 발언, 선수 가족·지인을 향한 협박성 메시지가 있었다. 과거 1990년대 아이돌 산업을 흔들었던 극성팬 문제와 유사한 양상이 스포츠계로 옮겨온 셈이다. 한국야구 인기 상승의 그늘이지만, 분명히 선을 넘었다.

선수협 장동철 사무총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상황을 짚었다. 장 사무총장은 “팬의 사랑은 분명 선수를 성장시키는 힘이다. 그러나 그 방식이 잘못되면 선수는 피해자가 된다. 최근 성희롱·스토킹 사례가 늘어 고소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이어 “사건 수가 많아 비용 부담이 크지만, 선수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야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이사(각 팀 주장) 전원이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선수협 양현종(KIA) 회장도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선수는 팬 사랑이 있어야 존재한다. 건강한 비판은 감수할 수 있다. 그런데 가족·지인을 향한 협박, 성희롱을 일삼는 사람은 팬이 아니다. 이 경우는 무조건 강경 대응이 맞다”고 짚었다.

올해 KBO리그는 사상 최초 1200만 관중을 넘겼다. 인기는 최고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악성 팬 문제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야구는 팬 없이는 존재할 수 없지만, 선수 역시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이며 사람이다.

‘유명하니까 감수해라’는 시대는 끝났다. 정상적인 팬 문화가 필요하다. 팬과 선수 사이 건강한 선이 지켜져야 한다.

이번 고소는 그런 문화와 그렇지 않은 문화를 분명히 구분하는 출발점이 된다. 아닌 건 아니다. 분명히 선을 넘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우리 모두가 더 재밌고 활기찬 야구를 볼 수 있다. 선수 보호가 중요한 이유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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