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대한민국에서 서바이벌 포맷은 항상 잘 통한다. “드라마도 이렇게 쓰면 욕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측할 수 없는 결과물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계급장을 떼고 맞붙는다’는 포맷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재야의 고수와 유명 셰프와 외나무 다리 싸움이다. 무명의 고수가 유명 스타 셰프를 꺾을 때면 쾌감이 인다. 동시에 ‘이래서 명장이구나’하는 백수저 셰프들의 실력이 감탄을 부른다. 각본 없는 드라마, 그래서 더 감동과 웃음이 가득한 ‘흑백요리사’가 1년의 공백 끝에 시즌2로 돌아온다.

‘흑백요리사’는 계급을 증명해야 하는 백셰프들과 계급을 뛰어넘기 위한 흑셰프들의 도전을 담은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넷플릭스 한국 예능 최초로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 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OTT 예능 최초 한국 갤럽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2024년 9월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며 한국과 글로벌 열풍을 일으켰다. 요식업계는 덕분에 호황을 맞았다.
또 다른 최초의 기록은 예능프로그램으로서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지난 61년간 진행된 백상예술대상의 역사에서 예능프로그램이 대상을 차지한 적은 처음이다. ‘흑백요리사’는 ‘폭싹 속았수다’ ‘정년이’ 등의 드라마 작품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기념비적인 일이다.
화제성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최고 유행어를 꼽으라면 단연 “이븐(even)하게 익지 않았어요”다. ‘흑백요리사’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안성재 셰프가 참가자의 골고루 익지 않은 고기 요리를 보고 남긴 평가다. “익힘 정도”라는 표현도 확 번졌다. 낯설지만 어딘가 독특한 평가는 곧 유행어로 번졌다. 다수의 예능과 숏폼 플랫폼을 비롯해 유통가에서도‘밈(meme)’으로 사용됐다.
또한 ‘들기름’을 주제로 요리한 최강록 셰프가 “나야, 들기름”이라고 자신의 요리를 소개하는 장면을 비롯해 요리하는 돌아이가 시간 제한 미션에서 나폴리 맛피아를 향해 연신 “리조또 (제 시간에) 돼요?”라고 재촉하는 모습도 화제를 모았다.

이를 통해 탄생한 스타들도 많다. 최현석, 최강록, 정지선, 여경래, 안유성 등 이미 ‘네임드’ 셰프들을 포함해 나폴리 맛피아(권성준), 이모카세 1호(김미령), 급식대가(이미영), 요리하는 돌아이(윤남노) 등의 스타를 발굴했다. 이들은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을 비롯해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까지 영역을 넓혔다. 방송계 새로운 인재를 발굴한 셈이다.

‘흑백요리사’는 그야말로 하나의 신드롬이었다. 시즌2는 예견된 수순이었고, 기대감도 충만했다. 그러나 심사위원 백종원이 원산지 표시 및 농지법 위반 논란 등에 휘말리며 먹구름이 꼈다. 올해 5월 해당 논란으로 방송 활동을 중단했으나 최근 MBC ‘남극의 셰프’로 복귀했다. 이어 ‘흑백요리사2’까지 연달아 출연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대중과 화해하지 못한 상태다.
당초 ‘흑백요리사’는 ‘백주부’ ‘백선생’ 등의 호칭으로 사랑받은 백종원의 이름을 앞세운 프로그램이었다. 이제 백종원의 이름값은 독이 됐다. 모두의 촉각은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백종원을 향해 있다. 이번 ‘흑백요리사2’가 백종원 리스크를 딛고 예능계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아니면 암초를 끝내 벗어나지 못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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