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평가전이 젊은 선수들에 동기부여가 돼요.”
도쿄행에 몸을 실기 전 류지현(54)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대표팀도 어느덧 뉴페이스로 채워졌다. 높고 은 ‘일본의 벽’을 이번에도 넘지 못 했지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예방주사를 따끔하게 맞았다.

K-베이스볼 시리즈 평가전이 16일 막을 내렸다. 사실상 내년 3월에 개최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예습 경기다. 안방에서 체코를 연이틀 격파하고 일본으로 향한 대표팀은 연패 사슬을 끊어내지 못했다. 다만 마지막 2차전에서 극적인 7-7 무승부를 통해 11연패는 가까스로 저지했다.
애초 한일전은 가시밭길이 예상됐다. 라이벌이라 칭하지만, 한국야구가 주춤한 사이 일본은 저만치 달아난 까닭이다. 게다가 체코는 세계랭킹 15위, 일본은 1위인 만큼 전력 차가 뚜렷하다. 최근 국제 무대에서 자존심을 구길 대로 구긴 한국 입장에서는 이번 평가전 호성적이 절실했다. KBO리그가 2년 연속 1000만 관중 돌파 위업을 달성한 만큼 ‘우물 안 개구리’ 이미지 탈피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려대로 희비는 마운드에서 엇갈린 가운데, 볼넷 남발로 자멸한 점이 뼈아팠다. 1차전에서는 11개, 2차전에서는 12개의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설상가상 2차전 7점 중 밀어내기 실점만 4점이었다.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김주원이 일본프로야구(NPB) 최고 불펜 오타 다이세이 상대로 9회말 극적 동점포를 쏘아 올린 점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야만없(야구에 만약은 없다)’이라 해도 말이다.
국가대표로 차출된 이상 핑계는 댈 수 없지만, 20명이 넘는 선수들이 도쿄돔 미경험자였다는 점과 가을야구 일정으로 체력적 한계가 왔을 가능성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투수진이 체코전에서 150㎞대의 공을 던지며 가능성을 보였기에,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했을 터. 새삼스레 격차를 절감한 경기였지만, 수확도 분명했다.

컨디션 유지도 관건이었던 만큼 류 감독으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그는 “평가전이 선수단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젊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같은 배를 탄 입장이지만, 본게임에 승선하기 위해서 내부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러면서 “소속팀에서는 부상에 관한 부분을 염려할 수밖에 없다”며 “시즌이 마무리된 시점이라 피로도도 있다. 대표팀에서 무리하고 자칫 내년 시즌을 망치는 상황이 생기면 큰 마이너스너다. 대표팀 역시 그 부분을 염두에 뒀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힌트는 이미 얻었다. 과연 대표팀이 이번 한일전을 발판 삼아 발전할지 지켜볼 일이다. ssh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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