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3일 치러진다. 전국 55만4000여 명의 수험생과 함께, 응시 대상인 2007년생 아이돌 스타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누군가는 교복 위에 수험표를 꽂고, 누군가는 무대 위 스케줄을 선택했다. 방향은 갈렸지만, 각자가 택한 길에는 ‘황금기를 건 커리어 설계’라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학교와 무대, ‘투트랙’ 전략
바쁜 활동 와중에도 학업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고 수능에 도전하는 스타들이 있다. 시험장으로 향하는 대표적인 아이돌은 제로베이스원 한유진이다. 월드 투어와 굵직한 글로벌 활동이 이어진 한 해를 보내는 중에도 수험생으로서의 시간을 놓지 않았다. 한유진 측 관계자는 “국내외를 오가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틈틈이 학업을 병행했다”고 전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한 다른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투어스 경민, 킥플립 동현, 이즈나 유사랑, 더윈드 박하유찬 등도 수능 대열에 합류했다. 데뷔 직후부터 인기를 끈 가수들은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도 학교생활을 병행해 왔다. 투어스의 경민은 “모든 수험생분들께 응원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도 열심히 보고 오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선택은 학업을 통해 긴 호흡으로 연예계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연극영화과나 실용음악과 등에서 학업을 통해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다. 투트랙 커리어 전략을 짠 셈이다.
◇황금기 맞아 무대를 택한 스타들

‘대학 진학 필수의 시대’는 끝났다. 약 10년 전만 하더라도 수능 응시가 아이돌에게도 당연한 의무처럼 여겨졌지만, 최근 몇 년간 활동 커리어가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릴 때 과감히 수능을 미루는 선택이 ‘실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표적인 미응시자는 그룹 아이브 이서다.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오랜 논의 끝에 현재는 아이브 활동에 전념하고 싶다는 의견에 따라 미응시를 결정했다”며 “대학 진학은 향후 집중할 수 있을 때 아티스트 의견에 따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그룹 멤버인 장원영이 과거 수능에 응시하지 않고 활동에 집중했던 것과 같은 길을 따른다.
이외에도 아일릿 원희, 베이비몬스터 아현과 라미, 르세라핌 홍은채, 하츠투하츠 유하와 스텔라 등 다수 2007년생 아이돌이 활동 집중을 택했다. 이들의 결단은 데뷔 후 가장 반짝이는 순간, 상승세 기간을 놓치는 것이 오히려 큰 기회비용이라는 K팝 업계의 냉혹한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사라진 ‘필수 공식’…아이돌 커리어의 분기점
10여 년 전만 해도 수능 당일 다수 소속사는 수험생 아이돌의 시험장 모습을 공개했다. 최근에는 응시자 보호를 비롯해 다른 응시자에 방해하지 않겠다는 기조로 현장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 가운데 수능 응시의 의무화 공식도 옅어졌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훗날 원하는 학과에 진학해 학업을 병행하는 방안도 있어, 굳이 활동에 집중해야 할 때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수능을 응시하는 것도, 응시하지 않는 것도 각자 처한 위치에서 ‘커리어 설계’라는 같은 목적이 있다. 이제 대학 진학은 성공으로 가는 필수 관문은 아닌, 성공 이후를 설계하는 분기점으로 역할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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