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야구? 불펜 투수 과부화 최소화

‘우물 안 개구리’ 꼬리표 떼야

김건우, 2이닝 2볼넷 4삼진 무실점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앞서 체코·일본과 평가전을 치르는 국가대표팀 류지현(54) 감독은 일찌감치 ‘벌떼야구’를 예고했다. 최종 엔트리에 승선할 선수를 가려내기 위한 테스트이자, 불펜 투수 과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류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8일부터 16일까지 WBC 예열에 나선다. 어떻게 보면 이벤트성 경기나 다름없는 만큼 중요도는 떨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최근 국제대회에서 맥을 추지 못한 대표팀으로서는 호성적을 거둬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정예 선수들로 팀을 꾸린 대표팀과 달리 프로리그가 없어 ‘사회인 야구단’에 가까운 체코와 맞대결에서도 고개를 숙인다면 ‘우물 안의 개구리’임을 입증하는 셈이 되기 때문. 불행 중 다행으로 1차전에서 3-0 승리를 가져왔다. 그러나 안타 5개에 그치는 등 긍정적인 평가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표팀에 세대교체 바람이 부는 가운데, 데뷔전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도 있다. 첫 대표팀 무대에서 구원으로 나서 2이닝 2볼넷 4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친 SSG 김건우다.

올시즌 이숭용 감독의 기대를 받은 그는 35경기, 5승4패2홀드,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했다. 2군으로 내려가 투구 자세를 이중 키킹 동작으로 바꾼 뒤 9월 반등에 성공하며 평균자책점 1.74로 활약했다.

가을야구에서도 제 몫을 해냈다. 삼성과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베테랑 김광현을 대신해 선발 자리를 꿰차 3.1이닝 3안타 2실점, 평균자책점 5.40의 기록을 남겼다. 냉정히 기록만 놓고 보면 기대 이상의 투구로 칭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삼진을 무려 7개나 솎아내는 등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물론 들쑥날쑥한 제구는 마이너스 요소다. 류 감독의 주문대로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김건우는 한국이 2-0으로 앞선 3회초 선두 타자에게 볼 3개를 내주면서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다. 다만 3회와 4회에 각각 볼넷 한 개씩 헌납했을 뿐, 삼진-땅볼-뜬공으로 그 이상의 출루는 허용하지 않았다.

아직 예단하기에는 이르지만, 가을야구에서 이어진 호투가 친선전에서도 계속됐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더구나 포스트시즌(PS)이 일찍 마무리되는 바람에 실전 감각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던 상황 속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떨쳤다.

류 감독의 기대에도 부응한 셈이다. 훈련 당시 김건우를 곽빈의 다음을 이을 투수로 낙점한 그는 “불펜으로 뽑힌 선수들 대부분 팀에서 거의 1이닝을 던졌다”며 “김건우가 이닝을 끌어줘야 한다. 9월 성적이 정말 좋지 않았나. 그런 부분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ssh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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