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장시즌 끝까지 경기

LG, 2년 만 왕좌탈환 “팬 여러분이 주인공!”

한국시리즈 처음 보는 한화팬 끝까지 응원

‘만년꼴찌’ 타이틀 벗은 독수리군단 희망찬가

[스포츠서울 | 대전=장강훈 기자] “최!강!한!화!”

1-3으로 뒤진 8회말. 대타로 나선 황영묵이 중전안타를 뽑아냈다. 한화의 홈 구장인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는 매 경기 8회말 공격 때는 엠프 대신 육성으로 응원한다. ‘원 찬스’면 뒤집을 수 있는 점수 차에 선두타자가 안타로 출루했으니, 대전구장의 시그니처인 육성응원은 더 커졌다.

큰 소리로 구호를 외쳐야 하므로, 관중들은 몸을 흔들 수밖에 없다. 관중석 60% 가까이 채운 한화 팬은 누구랄 것 없이 몸을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구장 밖에서도 마찬가지. 오가는 관중들에게 이런저런 안내를 하는 게이트키퍼들과 편의점과 식음료 가게 점원도 팬들의 구호에 맞춰 몸을 흔들거나 팔을 휘적였다. 심지어 흡연부스에 있던 팬도 몸짓을 따라 했다.

승패를 떠나 2025년 10월31일은 대전구장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경기다. 우승 여부를 떠나, 정규시즌 우승팀인 LG와 함께 가장 길게 야구한 팀이 됐다.

유광점퍼에 노란수건을 흔드는 3루쪽 LG팬을 지나 구장을 크게 한 바퀴 돌아보니 한화 팬들은 마지막이 아니기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공 하나에 탄성과 탄식을 쏟아내며 가을 축제에 참여했다. 득점 기회에서 더블플레이를 당하자 주저앉는 관중도, 실점 위기를 삼진으로 벗어나자 펄쩍 뛰며 환호하는 관중도 보였다.

벤치워크 실패에 객관적인 전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지만, 한화 김경문 감독도 최선을 다해 마지막까지 뜨거운 함성을 보낸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선발 문동주가 1이닝 만에 마운드를 떠났지만, 올해 신인 정우주, 지난해 신인 황준서를 잇달아 출격시키며 ‘한화의 미래’에게 경험치를 부여했다. 8회초에는 2차전 선발로 나선 ‘리빙 레전드’ 류현진을 마운드에 올렸다. 류현진은 9회 한 점 더 내줬지만, 대전에서 열리는 마지막 경기에서 마지막까지 마운드를 지킨 투수로 기록됐다.

7명의 투수가 릴레이 역투를 펼치는 장면은, 김 감독이 선수단과 팬에게 보내는 메시지처럼 보인다. 어쨌든 어린 투수들은 4회까지 경기 흐름을 지켜냈다. 2점 차에 불과한 8회에는 마운드의 상징인 맏형을 마운드에 올려 포기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비록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독수리군단은 언제든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였다.

팬들도 LG의 통산 네 번째 통합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물론 밤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불꽃을 휴대폰에 담는 모습도 많이 보였지만, 고생한 선수단을 향해 응원 타올을 흔들어 주는 성숙한 팬이 더 많았다. 일부 팬은 끝까지 남아 우승 세리머니로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 LG 팬들과 어우러지기도 했다.

“우리도 곧 (우승 세리머니)할 수 도 있으니까 미리 연습해야 한다”며 꺄르르 웃는 소녀팬들의 미소엔 준우승의 아쉬움은 남아있지 않았다.

2등은 언제나 외로운 법이다. 그래도 한화 선수단과 프런트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정상 문턱까지 올랐으니,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시작하면 정복할 수 있다는 ‘실체적 희망’을 발견한 덕이다.

한화의 시즌 마침표가 이렇게 희망적인 표정이었던 게 얼마 만일까. 21세기에서는 처음 마주하는 장면일 수 있다. 기나긴 레이스에 마침표를 찍은 2025년 10월31일, 올해 문을 연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풍경이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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