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석관동 골목 깊숙이 자리한 노포 맛집
두부보쌈·두부제육김치로 소문난 “집밥 같은 한 끼” 명가

[스포츠서울 글·사진 | 이주상 기자] 서울 지하철 1호선과 6호선이 교차하는 석계역 인근, 성북구 석관동 골목 깊숙한 곳에 18년째 한자리를 지키며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손두부 맛집이 있다. 바로 ‘백이손두부’다.
석계역 5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 한천로78길 25번지(석관동 127-42)에 자리한 백이손두부는 2007년 문을 연 이래 18년간 한결같은 맛으로 지역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화려한 간판이나 현대식 인테리어 대신, 정갈하고 담백한 손두부 요리로 승부하는 이곳은 석계역 일대에서 ‘손두부 맛집’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노포 식당이다.
매일 아침 직접 두부를 만드는 이곳의 주방에서는 이른 새벽부터 국산 콩을 불리고 갈아 정성스럽게 손두부를 빚어낸다. 18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어온 이 전통이 바로 백이손두부만의 특별한 맛을 만들어내는 비결이다.
백이손두부의 대표 메뉴는 두부보쌈과 두부제육김치다. 갓 만든 따뜻한 손두부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곳만의 특별함이다.
두부보쌈은 직접 만든 손두부와 함께 부드럽게 삶아낸 수육, 그리고 정갈한 밑반찬들이 한 상 가득 차려져 나온다. 손두부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담백한 수육과 어우러져 깊은 맛을 자아낸다.
두부제육김치 역시 매콤달콤한 제육볶음에 부드러운 손두부가 더해져 매운맛을 중화시키면서도 풍미를 더해준다. 김치의 아삭한 식감과 두부의 부드러움, 고기의 육즙이 조화를 이루며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만드는 마성의 맛이다.
한 단골손님은 “퇴근 후 가볍게 소주 한잔하고 싶을 때, 또 점심에 집밥 같은 든든한 한 끼가 먹고 싶을 때 항상 찾게 되는 곳”이라며 “18년 넘게 변함없는 맛이 참 고맙다”고 말했다.
백이손두부의 가장 큰 자랑은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손두부다. 대량 생산된 공장 두부와는 차원이 다른 신선함과 고소함을 자랑한다.
국산 콩을 엄선해 불리고, 맷돌에 곱게 갈아 정성스럽게 끓여낸 뒤 간수를 넣어 응고시키는 전통 방식 그대로 손두부를 만든다. 이 과정은 매일 아침 반복되며, 그날그날 만든 신선한 두부만을 손님상에 올린다.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비지와 콩물도 버리지 않고 다양한 요리에 활용한다. 비지찌개는 구수하고 담백한 맛으로 해장 메뉴로도 인기가 높다.
18년간 같은 방식으로 두부를 만들어온 사장님의 손맛은 이제 단골들에게는 ‘엄마가 해주는 집밥’ 같은 편안함으로 각인되어 있다.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는 인근 직장인들과 주민들로 북적인다. 넓지 않은 매장이지만 테이블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혼자 오는 손님, 동료들과 오는 직장인, 가족 단위 손님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 곳이다.
특히 저녁 시간에는 하루 일과를 마친 주민들이 소주 한잔과 함께 두부 요리를 즐기러 찾아온다. 두부보쌈 한 접시에 소주를 곁들이면 그만큼 훌륭한 안주가 없다는 것이 단골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지역 주민은 “석계역 근처에서 20년 넘게 살았는데, 백이손두부는 우리 동네 자랑거리”라며 “외지에서 친구들이 오면 꼭 데리고 가는 맛집”이라고 귀띔했다.
석계역은 1호선과 6호선이 만나는 환승역으로 유동인구가 많지만, 백이손두부가 자리한 석관동 골목은 조용하고 정겨운 주택가 분위기다.
큰 길에서 조금 들어가야 하는 위치 탓에 관광객보다는 지역 주민과 단골 손님 위주로 장사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런 ‘숨은 맛집’의 매력이 오히려 백이손두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SNS나 온라인 리뷰를 통해 입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도 늘고 있다. “나 빼고 주당들은 이미 다 알고 있던 두부집”, “석계 쪽 노포스러운 분위기가 좋다”, “소주 한잔 하기 딱 좋은 동네 맛집” 같은 리뷰가 온라인에 올라오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18년이라는 세월은 짧지 않다. 그 시간 동안 주변의 많은 식당들이 생겨나고 사라졌다. 하지만 백이손두부는 묵묵히 한자리를 지키며 매일 아침 손두부를 빚고, 손님들을 맞이해왔다.
화려한 마케팅이나 트렌디한 메뉴 대신, 정직하게 만든 손두부와 정갈한 밑반찬, 그리고 푸짐한 한 상으로 승부하는 이곳의 철학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음식 평론가들은 “백이손두부 같은 노포가 지역 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단순히 맛집을 넘어선다”며 “18년간 변함없이 한자리를 지키며 주민들의 일상을 함께해온 공간이자, 지역의 문화이자 역사”라고 평가한다.
석계역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1호선과 6호선의 환승역, 월계동과 석관동의 경계, 그리고 최근에는 ‘백이손두부’도 그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석계역 근처 맛집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지역 주민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 그곳이 바로 백이손두부다. 18년이라는 시간이 만들어낸 신뢰와 맛, 그리고 정성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현대적인 프랜차이즈 식당들 사이에서 묵묵히 전통의 맛을 지키는 노포의 가치는 점점 더 빛을 발한다. 백이손두부는 그런 가치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낮이고 밤이고 가볍게 소주 한잔하고 싶을 때, 집밥 같은 점심이 그리울 때, 석계역 백이손두부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은 어떨까. 18년간 한결같이 지켜온 손두부의 고소한 맛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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