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에도 삼성 팬들 ‘열띤 응원’

현장에서 만난 팬 “대구 사람 원래 비 맞는 것(?) 좋아해, 낭만 넘쳐”

원태인 “팬 응원 큰 힘 된다”

[스포츠서울 | 대구=박연준 기자] 비가 내렸지만, 누구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비를 맞으며 외치는 응원가, 그리고 울려 퍼지는 떼창. 이게 바로 ‘삼팬’의 대단한 열정이다.

삼성은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 SSG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경기 초반부터 기세를 잡았다. SSG 선발 드류 앤더슨을 3회 만에 강판시켰다. 경기 전 박진만 감독은 “앤더슨을 빨리 내려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바람대로 이루어졌다.

분위기는 완전히 삼성 쪽으로 기울었다. 1승1패로 맞선 준PO 3차전은 ‘승자 독식’의 무대다. 역대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1패 뒤 3차전을 이긴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100%. 그만큼 이날 경기는 중요했다.

팬들의 열정이 선수들을 깨웠다. 경기 시작 전부터 대구 하늘엔 굵은 빗줄기가 떨어졌다. 악조건에도 2만3680석이 모두 팔렸다. 파란색 우비로 가득 찬 관중석은 하나의 ‘블루 아레나’였다.

1회말 공격 때 비가 본격적으로 쏟아졌지만, 팬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고, 어떤 이는 아예 비를 맞으며 응원가를 불렀다. 추운 날씨에도 몸을 흔들며 함성을 이어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현장에서 직접 팬을 만나 물어봤다. 대구에 거주하는 김혜민, 고병준 커플은 “대구 사람은 원래 비 맞는 것(?)을 좋아한다. 모두 함께 비 맞으며 응원한다. 이것이 바로 삼성 팬의 열정이고, 낭만이다”라고 했다.

‘가을’ 워터밤(?)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다. 콘서트장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다. 응원가가 울려 퍼질 때마다 라팍의 공기가 달라졌다.

선수들도 보답하고자 노력했다. 눈빛이 달라졌고, 타석에서 스윙이 한층 강해졌다. 팬의 뜨거운 응원이 선수들에게 에너지가 된 셈이다.

특히 원태인 투구가 빛났다. 이날 6.2이닝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NC와 와일드카드 2차전에 이어 2연속 경기 6이닝 이상 투구다. 원태인 역시 팬 덕분에 힘을 낸다. 그는 와일드카드전이 끝난 뒤 “공을 던지고 나서 힘이 떨어질 때면 관중석을 한 번 본다. 원! 태! 인!을 외쳐주신다. 큰 힘이 된다. 팬들을 위해 공을 던진다”고 했다.

궂은 날씨도, 차가운 바람도 막지 못했다. 그리고 그 함성은, 여전히 대구 밤하늘 위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duswns0628@sports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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