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K팝스타’ 시리즈로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던 SBS가 다시 오디션 프로그램을 꺼내 들었다. 이번엔 아이돌이 아닌 ‘발라드’였다.

‘우리들의 발라드’는 SBS의 오디션 유전자에 발라드라는 정서를 더했다. 오디션 명가는 달랐다. 누가 더 높이 부르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깊이 노래하는지를 보여줬다.

‘내 인생의 첫 발라드’라는 키워드를 내건 참가자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평균 나이 18.2세. 어린 참가자들이 김광석, 이은하, 공일오비, 임재범, 빅뱅까지 시대를 관통한 명곡을 다시 불렀다. 이 무대들은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잇는 감정의 다리였다.

탑백귀 150인의 평가단이 바라보는 가운데, 울림을 준 순간들이 이어졌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품고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부른 이예지는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차태현의 눈시울을 적셨다.

무대 공포증을 이겨내고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을 부른 송지우는 노래 안에 서사를 녹이며 대니 구의 극찬을 받았다. 누군가는 가족을, 누군가는 친구를 떠올리며 노래했다. 이 감정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화면 밖으로 확장됐다.

무대의 밀도도 높았다. 세상을 떠난 친구를 위해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을 부른 정지웅은 137표를 얻으며 합격했다. 크러쉬는 “친구가 정말 잘 들었다고 말해줄 것 같다.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윤아의 ‘꿈’을 부른 이서영은 134표를 받아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차태현은 “젊은 시절의 양희은 선배님을 보는 듯했다”고 감탄했다. 최연소 참가자인 10세 이하윤은 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양파의 ‘애송이의 사랑’을 담담히 불러 1절이 끝나기도 전에 합격을 확정지었다.

이처럼 각자의 서사로 채워진 무대는 오디션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누가 더 완벽하게 부르는가보다, 누가 더 진심을 담아 노래했는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박서정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떠올리며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불렀고, 박경림은 “아이유가 중학생이던 시절 처음 노래하던 순간이 떠올랐다”며 세대의 연결을 언급했다.

심사 방식도 새로웠다. 전문가 몇 명이 점수를 매기는 구조 대신, 대중의 귀로 판단하는 ‘탑백귀 대표단’이 중심에 섰다. 150인의 평가단이 음악을 듣고 각자의 감정으로 표를 던진다.

그 결과 시청률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첫 방송 2부는 수도권 기준 4.7%, 분당 최고 5.2%를 기록했다. 이후 3회차는 6.4%, 최고 분당 7.4%, 2049 시청률 2.3%로 화요일 전체 예능 1위를 차지했다. 발라드라는 장르가 예능 시청률의 주류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기획 의도와 시청자 반응 모두에서 성과를 거둔 ‘우리들의 발라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바꿔놓았다. 그동안의 오디션이 화제성, 자극, 경쟁에 기대왔다면, 이번 프로그램은 ‘기억’과 ‘공감’을 중심에 둔다.

정익승 PD는 “대중이 오래 기억할 목소리를 찾고 싶었다. 한 세대를 책임질 가수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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