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의 마지막 장면이 흐른 뒤에도 시청자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오래 남았다. 조선의 수라간에서 시작해 현대의 레스토랑으로 이어진 한 편의 ‘시간을 초월한 요리담’이 결국 사랑이라는 보편적 언어로 귀결되며 막을 내렸다. 28일 종영한 ‘폭군의 셰프’ 이야기다.
마지막회에서 연지영(임윤아)은 왕 이헌(이채민)과 함께 역적을 막아내지만 칼을 맞고 쓰러진다. 이 과정에서 망운록의 힘으로 현대에 돌아오게 되고, 다시는 그와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선보이던 순간, 양복 차림의 이헌이 나타나면서 두 사람은 재회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비빔밥을 함께 나누는 모습은 단순한 해피엔딩을 넘어, 드라마가 전해온 핵심 메시지를 압축한 장면이었다.
‘폭군의 셰프’가 성공할 수 있던 힘은 배우들의 연기에서 나왔다. 임윤아는 로맨스와 코미디, 그리고 셰프로서의 진지한 모습까지 균형 있게 소화하며 극을 이끌었다. 특히 요리 장면 대부분을 직접 촬영해 몰입도를 높였다.
이채민은 첫 사극임에도 폭군 이헌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차세대 로코 주역’으로 떠올랐다. 무게감 있는 장면에서는 카리스마를, 연지영과의 관계에서는 따뜻한 눈빛을 보여주며 극의 완급을 조율했다.

강한나, 최귀화, 서이숙 등 조연 배우들의 연기 역시 드라마에 힘을 보탰다. 궁중 암투와 권력 다툼 장면은 긴장감을 높였고, 수라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음식 장면은 작품만의 개성을 완성했다.
매회 등장한 퓨전 K-푸드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장태유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이를 더욱 맛깔나게 살렸다. 덕분에 ‘폭군의 셰프’는 방송과 동시에 ‘야식 드라마’라는 별칭을 얻으며 생활 속에 스며들었다.
그 결과 시청률 17.1%(전국 기준·닐슨코리아)의 자체 최고 성적을 세웠다. 지난해 ‘정년이’를 넘어선 기록이자, ‘눈물의 여왕’ 이후 tvN 드라마의 가장 높은 수치였다.
‘폭군의 셰프’는 방영 기간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TV쇼 부문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 화제성 지수에서도 5주 연속 정상에 오르며, 콘텐츠 소비 트렌드가 OTT와 방송을 넘나드는 현재의 시청 환경 속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외신에서도 ‘사극과 퓨전 요리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포맷에 관심을 보이며, K드라마의 실험 정신을 주목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서양 셰프가 조선시대에 등장해 한국 전통 음식을 변주한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했다”며 “궁중 요리와 현대 요리를 연결하는 과정이 이채롭게 그려지면서 사극임에도 세련된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tvN 관계자는 “tvN은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대중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선보이고자 한다”며 “‘폭군의 셰프’와 같이 시청자에게 공감과 즐거움을 전하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국내·외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K드라마의 글로벌 위상을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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