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요즘은 진짜 춤을 못 추겠어요!”

엄정화의 엄살이다. 그녀가 누군가. 한국의 마돈나이자, 수많은 K팝 여성 솔로 아티스트의 롤모델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영원한 디바’다.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금쪽같은 내 스타’를 마무리하고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엄정화는 “기억을 잃은 스타라는 설정이 끌렸다”며 “아무도 못 알아본다면 저 역시 다시 시작하고 싶을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금쪽같은 내 스타’는 엄정화의 저력을 입증한 작품이다. 톱스타 임세라가 불의의 사건을 겪고 25년 후 평범한 중년 여성 봉청자로 살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엄정화의 폭넓은 스펙트럼이 봉청자와 임세라를 오가며 시청자들을 드라마 앞에 끌어모았다. 특유의 편안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력은 ‘역시 엄정화’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예나 지금이나, 캐릭터를 분석할 때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집요한 열정이 엄정화의 힘이다. “봉청자를 연기할 때는 거울을 거의 안 봤어요. 미모 체크보다 ‘못생김’ 체크를 먼저 했죠, 하하.”

엄정화와 봉청자의 겉모습은 달라도, 내면은 하나다. 두 사람 모두 가슴 속에 꺼지지 않는 불꽃을 간직하고 있다. 엄정화가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도 ‘행복’ 때문이다. “송승헌 배우와 10년 만에 다시 만난 것도 큰 인연”이라는 엄정화는 “덕분에 즐겁게 촬영했다. 중년의 로맨틱 코미디라서 어떻게 비쳐질까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좋게 봐주셔서 기분 좋더라”고 말했다.

가수 활동에 대한 의지도 뜨겁다. 데뷔 이래 줄곧 연기와 노래를 병행하며 하나의 이미지에 머물지 않았던 것처럼 엄정화는 지금도 새 앨범을 구상 중이다. 다만, 메시지는 달라졌다.

”1년에 한 앨범씩 꼬박꼬박 내던 시절이 있었어요. 근데 이제는 누군가 제 앨범을 기다려주는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앨범을 만들고 싶어질 때, 작업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런 장르여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자’로 바뀌게 됐고요.“

지난 10집 ‘더 클라우드 드림 오브 더 나인(The Cloud Dream of the Nine)’이 그랬다. 2010년 갑상선 암 수술 후 성대를 다치며 큰 시련을 겪었던 엄정화가 이를 딛고 ‘영원한 디바’로 8년여 만에 대중 앞에 다시 선 작품이다. 엄정화는 “제가 회복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알리고 싶어서 만든 의미 있는 앨범”이라며 “이제는 음악 스타일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생각하며 다음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가수로서 엄정화가 한국 가요계에 남긴 족적은 뚜렷하다. ‘하늘만 허락한 사랑’ ‘배반의 장미’ ‘초대’ ‘포이즌’ ‘몰라’ ‘페스티벌’ ‘엔딩 크레디트’ 등 제목만 들어도 멜로디가 떠오르는 명곡들이다. 매번 새로운 콘셉트를 시도했고, 파격적인 변화에도 늘 대중을 열광시켰다. ‘엄정화만 할 수 있는 변신’이라는 극찬이 항상 따라다녔다.

어느덧 데뷔 34년 차에 이르렀지만 엄정화의 눈빛은 지금도 순수했다. “연예인은 힘들지만, 꿈을 쫓아가는 건 너무 좋다. 배우든 가수든 재미있다”고 말하는 목소리는 소녀처럼 맑았다. 이렇게 노래도, 연기도 마냥 즐겁다는 사람인데 “아무도 못 알아본다면 저 역시 다시 시작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하니 영 믿을 수가 없다. 어쩌면 다시 시작하더라도 엄정화의 선택은 ‘또 연예인’일지 모르겠다.

“아직 안 해본 게 많으니까요. 저에게도 기회는 더 있다고 생각해요. 사극도 너무 해보고 싶고요. 꿈꾸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잖아요?”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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