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임원 출신, ‘비빔밥’ 철학으로 외국인 유학생 돕는다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대외정책실 이사로 안정적인 경력을 쌓아온 이가 돌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비비자(VIVISA)’를 운영하는 예스퓨처 이현재 대표다. 외국인 유학생 비자 및 정주 문제 해결을 위한 플랫폼이다. 지난 25일 만난 이 대표에게 모두가 선망하는 자리를 뒤로하고,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시장에 뛰어든 이유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사회적 책임감’과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요약됐다.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가 시작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한외국인’들이 한국 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비자 문제’를 꼽더군요.”
이 대표는 비자 신청과 갱신 절차의 복잡성, 정보 부족으로 고통받는 외국인들의 현실에 주목했다. 변호사나 행정사를 통하자니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그마저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그는 이 문제를 저출산, 지방 소멸, 학령인구 감소라는 대한민국의 거시적 문제와 연결 지었다.
“한류를 보고 한국에 온 귀한 인재들이 비자 문제로 좌절하고 역량을 펼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입니다.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것이 곧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 브로커가 판치는 유학 시장, ‘정보 비대칭성’을 기술로 해결

이 대표가 진단한 외국인 유학생 시장의 가장 큰 ‘페인 포인트(Pain Point)’는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이었다. 지난해 기준 20만 명을 넘어선 유학생 다수가 불법 브로커나 고액의 에이전트에 의존해 한국행을 결정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불하거나 사기를 당하는 일도 빈번했다.
예스퓨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솔루션을 내놓았다. 첫째는 유학 준비생을 위한 웹사이트 ‘비비자 어플라이(VIVISA APPLY)’다. 유학생들은 이 사이트를 통해 9개 언어로 국내 여러 대학의 학과, 장학금, 기숙사 정보를 투명하게 비교하고 직접 지원까지 할 수 있다. 불필요한 중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빚을 내서 유학 오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목표다.
두 번째는 국내 체류 유학생을 위한 ‘비비자’ 앱이다. 이 대표는 “AI 기반 광학문자인식(OCR) 기술로 외국인등록증을 촬영하기만 하면, 개인의 비자 상황을 분석해 만료일 알림은 물론 향후 갱신과 변경 전략까지 맞춤형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서류 준비와 절차를 앱이 안내하고, AI 챗봇이 24시간 언어의 장벽 없이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 B2C와 B2B의 시너지, 대학과 유학생 모두를 위한 ‘상생 모델’

예스퓨처의 사업 모델은 유학생 개인(B2C)과 대학(B2B)을 동시에 공략하는 점이 특징이다. 대학을 위한 B2B SaaS 솔루션 ‘비비자 유니(VIVISA UNI)’는 유학생 유치에만 열을 올릴 뿐,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부재했던 대학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다.
“대학들은 ‘비비자 유니’를 통해 소속 유학생들의 비자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학사 공지나 안내 사항도 학생들 각자의 ‘비비자’ 앱으로 정확하게 전달되죠.”
대학은 관리의 효율을 높여 학생 이탈을 막고, 학생은 비자 관리와 학교 소식은 물론, 앱을 통해 아르바이트 구인 정보까지 얻으며 안정적인 유학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B2C 앱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B2B 솔루션의 가치가 높아지고, B2B를 도입하는 대학이 많아질수록 B2C 앱의 효용성이 커지는 선순환 구조다.
◆ ‘비빔밥’ 철학으로 꿈꾸는 대한민국

카카오와 배달의민족에서 15년간 정책 업무를 담당하고,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위원장까지 역임한 그의 경험은 예스퓨처의 든든한 자산이다. 복잡한 비자 정책의 맥락을 이해하고 정부, 국회와 소통하며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끌어내는 데 그의 경험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비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외국인 유학생의 주거, 금융, 취업 등 한국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올인원 플랫폼’을 꿈꾼다. ‘예스퓨처’라는 사명처럼, 외국인 인재들이 한국에서 긍정적인 미래(Yes Future)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서비스 이름인 ‘비비자’는 ‘선명한 비자(Vivid Visa)’라는 의미와 동시에, 한국의 ‘비빔밥’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져 훌륭한 맛을 내는 비빔밥처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한국 사회에 ‘잘 비벼져’ 우리 사회가 더욱 풍요롭고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비비자의 최종 목표입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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