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경호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을 ‘파인 다이닝’ 열풍에 빠뜨린 ‘흑백요리사’를 둘러싸고 암표 문제가 다시 한번 대두되고 있다.

‘흑백요리사’는 지난 2일 서울 동대문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넷플릭스 예능 페스티벌 2025’에서 오는 12월 시즌2 공개를 알리며 또 한 번의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시즌1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대중들은 새로운 요리 세계에 눈을 떴다. 셰프들의 레스토랑은 예약이 물밀듯이 들어찼고, 인기 가수의 콘서트 못지않은 ‘피켓팅 전쟁’이 벌어졌다. 예약 오픈 대기 알림만 수천 명이 줄을 이었고,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결국 임영웅, 싸이, 조용필 등 가요계 톱스타들의 공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암표 전쟁’으로 이어졌다.

암표 브로커들은 스타 셰프들의 레스토랑을 선예약한 뒤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되팔이하며 수익을 챙겼다. 가수들의 공연이나 대중문화 콘텐츠는 기간이 정해져있는 반면 레스토랑은 휴무일 제외 1년 내내 오픈되어 있기에 무분별한 사재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시즌 1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와 독특한 캐릭터로 사랑받은 ‘요리하는 돌아이’ 윤남노는 처음으로 겪는 암표와 리셀에 몸살을 앓았다.

윤남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실명과 번호를 오픈하기 전에 멈춰달라. 미치고 급발진 할 듯”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이제 안 참는다. 브로커들 뿌리 뽑겠다. 한 번 더 적발 시 전화번호와 실명을 공개하겠다”라며 경고했다. 나폴리 맛피아는 직접 암표상을 검거하며 ‘영구 블랙리스트’로 등록했다. 실제 2인 기준 10만 원인 예약권 가격이 브로커들의 리셀로 최대 150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대부분의 암표 브로커들은 중국 등 해외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을 선점한다. 일반인들은 예약 버튼을 누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들을 검거하는 것도 처벌 규정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스포츠 경기나 공연 현장에서 직접 웃돈을 받고 입장권을 되팔 경우에는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2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현행범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브로커들이 사들인 티켓은 온라인 중고 플랫폼이나 티켓 거래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지금도 수백수천 건의 티켓들이 실시간으로 거래되고 있다. 추적조차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식당 예약권의 경우 더 애매해진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2항 제4호에 따르면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을 되판 사람’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지만 ‘식당’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외식업 관계자들은 기본적인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3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부정 판매를 처벌하는 법 개정과 시행을 알렸다. 시행법에 따르면 부정 판매 금지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관련 법은 개정됐지만 효과는 미비하다. 경찰청이 매크로 프로그램 의심 사례를 수사한 경우는 4건에 불과했다. 전체 암표 신고 2224건 중 0.2%다.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구매하고 되팔더라도 실제 매크로로 구입했는지 등 기술적인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매크로 프로그램 자체가 암암리에 온라인을 통해서 거래되고 있다. 일반인들도 단돈 1~2만 원 이면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입해 직접 티켓 구매가 가능하다.

이렇기에 정상적으로 티켓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암표상들의 법적 처벌 수위와 별개로 지문, 안면 인식 같은 본인 인증 제도를 의무화하고 불법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 강화하는 등 본질적인 예매 시스템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park544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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