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어떤 존재는 등장만으로 주변의 공기를 바꾼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무대에 오를 때의 장중함처럼,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도로 위에서 모든 시선을 압도한다. 5.7m의 전장이 주는 길이에서부터 권위가 뿜어져 나온다. 이 거대한 오브제를 경험하는 것은 단순한 시승을 넘어, 마치 조성진의 정교한 타건(打鍵)으로 해석되는 쇼스타코비치의 장대한 협주곡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과 같다.
에스컬레이드는 거대하고 폭발적인 힘을 품고 있다. 섬세하고 여린 쇼팽도, 명료하고 질서정연한 바흐도 아니다. 시대의 격랑을 헤쳐나온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처럼, 그 안에 복잡다단한 기술과 서사를 담고 도로를 연주한다. 왜 이 시대의 의전차량으로 단연 에스컬레이드 ESV가 손꼽히는지 서사를 응축하고 있다.
◇1악장: 포르테 포르티시모(fff), V8 엔진의 장엄한 울림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총주(Tutti)와 같다. 에스컬레이드의 심장인 6.2리터 V8 엔진이 깨어나는 순간 말이다. 협주곡의 시작을 알리는 8기통의 묵직한 울림은 단순한 소음이 아니다. 무대의 서막을 여는 힘 있는 선언이다. 2.7톤이 넘는 거구가 가속 페달에 응답해 나아갈 때, 그 움직임은 야만적인 폭력이 아닌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의 몸짓처럼 절도 있고 위풍당당하다.
도로의 흐름을 여유롭게 이끄는 압도적인 힘은 금관악기와 팀파니가 뿜어내는 거대한 스케일의 사운드와 같다. 주변의 차량들은 감히 그 흐름을 방해하지 못한다. 이것은 속도의 경쟁이 아닌, 도로라는 무대를 완전히 장악하는 에스컬레이드만의 권위다.
◇2악장: 아다지오(Adagio), 절대적 고요함 속 섬세한 독주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격렬한 총주 사이에 고독하고 서정적인 피아노 독백을 품고 있듯, 에스컬레이드는 외부 세계와 완벽히 단절된 고요한 안식처를 제공한다. 두터운 문을 닫는 순간, 도로의 소음은 아득한 배경음처럼 멀어지고, 실내는 오롯이 나만의 콘서트홀이 된다.
이 놀라운 평온함은 단순히 두꺼운 방음재로 이룬 성과가 아니다. 1/1000초 단위로 노면을 읽고 반응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과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은 가장 격정적인 악보 위에서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음의 깊이를 조절하는 조성진의 섬세한 페달링과 정교한 타건을 연상시킨다. 덕분에 거대한 차체는 도로의 요철을 구름 위를 거닐 듯 통과하며 온전히 차량에 젖어든다.
◇3악장: 스케르초(Scherzo), 거대함 속에 숨겨진 기교


에스컬레이드를 다루는 것은 거대한 규모에 대한 부담을 금세 잊게 할 만큼 의외의 섬세함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에 담긴 위트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기교가 숨어있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나이트 비전, 그리고 ‘슈퍼 크루즈’ 기능은 이 거대한 악기를 연주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명료하게 전달하며 운전자를 돕는다.
좁은 골목이나 주차장에서 마주하는 부담감은 여러 대의 카메라가 비추는 360도 뷰 앞에서 눈 녹듯 사라진다. 이는 복잡한 악보를 한눈에 꿰뚫어 보는 연주자의 통찰력과 같다. 거대함이 주는 위압감은 이내 정교한 기술이 주는 자신감으로 변모한다.
◇ 피날레: 권위와 품격으로 완성된 카덴차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자동차라는 카테고리를 넘어선다. 그것은 움직이는 권위이며, 성공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명이다. 운전대를 잡는 내내 느껴지는 감각은 속도나 효율이 아닌, ‘공간과 시간을 지배하고 있다’는 특별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조성진의 연주가 압도적인 테크닉을 넘어 깊은 음악적 해석으로 청중을 감동시키듯, 에스컬레이드는 V8 엔진의 힘과 거대한 크기를 넘어, 그것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기술과 호화로운 공간으로 탑승자의 감성을 만족시킨다. 이것은 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가장 웅장한 협주곡이며, 운전자는 그 모든 것을 조율하는 단 한 명의 마에스트로가 된다. 에스컬레이드 기본형 1억 6607만 원, 롱휠베이스 모델 ESV 1억 8807만 원.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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