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아성(牙城). 한 세력이 자리 잡은 가장 중요한 근거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수입차 고급세단 시장에서 독보적인 세그먼트를 구축해 온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아성이 마침내 무너졌다. BMW 7시리즈가 올해 수입차 고급세단 시장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약진(躍進)이 무섭다. 한국수입차협회 등 자료(1~8월)에 따르면, 전기 플래그십 모델 i7을 포함한 7시리즈는 국내에서 총 3992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3149대) 대비 약 26.8% 증가한 실적으로 경쟁 모델들을 압도했다. 특히 벤츠 S-클래스(EQS 포함)는 2915대로 7시리즈에 1000대 이상 판매량이 뒤졌다. 동급 이상인 3억 원대 마이바흐까지 포함해도 3336대로 BMW 수치에 못 미친다.

주역(主役)은 단연 740i xDrive다. 올해 1~8월에 총 2041대가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1502대) 약 35.9% 증가한 성과를 기록, 7시리즈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740d xDrive 역시 전년 동기(845대)보다 무려 39.9%가량 늘어난 1182대가 판매됐다. 7시리즈에 롤스로이스에 들어갔던 ‘오토도어’ 기능이 들어간 데다, 주행 안정성 등 확보하며 고급 세단 구매 고객층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한국인의 벤츠 사랑을 생각하면, 이런 결과는 놀랍다. ‘삼각별’로 대표되는 벤츠 소구력이 점차 감소한 데다, 배터리 화재로 전기차 판매가 주춤한 벤츠 허를 BMW가 찔렀다. 지난 2022년 S클래스는 1만1645대, 7시리즈 2996대로 약 4배 가량 차이가 날 정도로 S클래스가 앞섰다. 2023년 S클래스는 9414대, 7시리즈는 3487대 등으로 판매량 차이가 좁혀지더니, 2024년 S클래스가 4678대로 반토막이 났다. 그 사이 7시리즈가 4259대로 바짝 추격, 결국 올해 판매량을 뒤집었다.

전반적 추이(推移) 역시 역전 현상이 뚜렷하다. 벤츠코리아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국내 수입차 업계 판매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2023년부터 BMW코리아에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매출(5조 6882억 원)과 영업이익(1575억 원)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8.3%, 34.2%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코리아가 소형 세단 A클래스까지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고 했으나, 오히려 집토끼였던 S-클래스 고객들이 떠났다. 뒤늦게 벤츠도 할인 정책을 시행했으나, 딜러 수익만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BMW 성과(成果)는 대형 라인업 전반에 이어졌다. 지난달까지 BMW 대형 모델 제품군 누적 판매량은 총 7750대로, 전년 동기(6440대) 대비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특히 X7은 지난달까지 총 3111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2639대)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고급화(高級化) 전략도 들여볼 만하다. 프랑스 칸 영화제 VIP 참석 혜택, 미국 남자 골프 대항전 ‘라이더 컵(Ryder Cup)’ 초청 등 럭셔리 클래스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한 ‘BMW 엑설런스 클럽’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등 각종 행사를 통해 차량 홍보에 두루 신경 쓴 것도 한몫했다.
내부는 잔뜩 고무(鼓舞)된 분위기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7시리즈의 판매량 성장 배경에는 플래그십다운 압도적인 존재감의 디자인, 탁월한 상품성, 그리고 폭넓은 파워트래인 선택지가 결합한 완성도 높은 제품 경쟁력에 있다”며 “고객 맞춤형 라이프 스타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럭셔리 클래스 고객들에게 걸맞은 차별화된 혜택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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