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두 배로 즐기는 방법 “한 발짝 떨어져라”

주연 배우보다 맘에 드는 캐릭터 찾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평범한 공연과 차별화된 이머시브 시어터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가 서울에 상륙했다. 영화관을 통째로 무대로 개조한 독특한 공간에서 관객들은 퍼포머와 1대1 교감하며 작품 속에 함께 빠져든다. 관객이 3인칭 전지적 시점에서 공연을 바라보기 때문에 직접 스토리텔러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공연 매너는 필수다.

‘슬립 노 모어’의 연출진은 20일 서울 중구 매키탄호텔(구 대한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두 배로 즐길 수 있는 관람 문화를 강조했다.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를 1930년대 무대로 스코틀랜드를 알프레도 히치콕(Alfred Hitchcock) 스타일로 재현했다. 충무로 대한극장의 11개 영화관을 18개 드라마의 무대로 꾸며, 관객들은 퍼포머에 따라 이동하며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공연장에 입장하는 동시에 탐험은 시작된다. 깜깜한 통로를 지나 출발점이자 종착지인 ‘맨덜리 바(Manderley Bar)’를 마주한다. 화려한 분위기와 라이브 공연을 즐기다 보면 그룹별로 본격적인 관람이 시작된다.

입장에 앞서 퍼포머는 관객들에게 당부사항을 전달한다. 모든 관객은 공연 중 퍼포머와 1대1 경험할 기회를 얻지만, 노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ence, 비언어 행위예술)이기에 주의할 점이 많다. 구체적으로 ▲질서·매너 지키기 ▲마스크 필수 착용 ▲다른 관객과 대화 불가 ▲사진·영상 촬영 불가 ▲소품 훼손 주의 ▲무대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관람하기 등을 강조한다.

하지만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프리뷰 공연에서 몇몇 관객에 의해 불쾌한 상황이 발생했다. 시야 확보를 위해 다른 관객을 불편하게 하거나 퍼포머들에게 밀착하는 등 과한 몰입감을 보였다.

콜린 나이팅게일 프로젝트 어드바이저는 “매번 작품을 소개할 때마다 나라별 관객의 다른 특성을 발견한다. 모든 스태프와 퍼포머가 프리뷰 기간 한국 관객들의 반응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퍼포머도 관객을 잘 관리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고 운을 띄었다.

메인 스토리에만 따라가는 경향을 보인 한국 관객들에 대해 “또 다른 세상에서의 훌륭한 퍼포머들이 있다. 가장 마법적인 것이 바로 ‘숨겨진 비밀’이다. 많은 장면이 있으니 나만의 독특한 발견을 하는 기회를 맛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7층 규모의 공연장에 마련된 각 무대의 특별함을 소개하면서 이 안에서 지켜야할 기본 ‘매너’를 강조했다. 콜린 프로젝트 어드바이저는 “퍼포머와 관객이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모험을 떠나면 좋을 것 같다”며 “‘행운은 모험심을 가진 대담한 자를 선호한다’는 말이 있다. 다른 관객과 똑같은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닌 나만의 공연을 관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맥신 도일 공동 연출 및 안무가는 “캐스트 대부분이 몸을 잘 쓴다. 이와 함께 컨템포러리(contemporary)도 잘했다”라며 “제3의 벽을 무너뜨려 관객과 가까운 경험을 할 수 있다. 퍼포머와 가까운 거리에 흥분하지 말았으면 한다. 한 발짝 물러서면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펠릭스 바렛 연출은 “‘슬립 노 모어’를 ‘맥베스’라고 부르지 않는다. 진정으로 모든 배우 한 명 한 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앙상블 공연”이라며 “누구를 따라가도 대단한 여정이 될 것이다.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쫓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간의 권력욕을 향한 원초적인 욕망을 보여주는 클래식 작품 ‘슬립 노 모어’는 9월28일까지 매키탄호텔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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