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그룹 오마이걸로 데뷔한 지 10년, 연기를 시작한 지 5년이다. 아린이 브라운관 속 두 개의 얼굴로 연기력을 증명하고 있다.

최근 아린은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S라인’과 KBS2 수목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에서 정반대의 캐릭터를 오가며 놀라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한 작품에선 말 없는 히키코모리 소녀로, 다른 한 작품에선 꽃미남으로 변한 평범한 대학생으로 분했다. 동일한 배우가 그려낸 전혀 다른 서사와 감정은 뚜렷한 대비와 동시에 강렬한 몰입을 안겼다.

S라인 속 아린은 태어날 때부터 ‘성관계를 맺은 사람들 사이의 붉은 선(S라인)’을 볼 수 있는 초현실적 능력을 지닌 소녀 현흡을 연기한다. 이 능력은 그에게 축복이 아닌 저주로 작용한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온 현흡은 어느 날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능력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숏컷 헤어스타일,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 건조한 목소리까지 아린은 그 어떤 꾸밈도 없이, 미세한 표정 변화와 눈빛만으로 인물의 내면을 직조해낸다. 절제된 감정과 공허한 침묵 속에서 피어오르는 성장은 S라인의 세계관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주는 동력이다.

특히 ‘감정 연기’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를 만큼, 아린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단순히 ‘예쁜 얼굴’을 가진 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낸다. 혼란, 공포, 혐오, 수용, 연민까지. 인물의 변화는 폭이 넓지만 결코 과잉되지 않는다. 그는 극의 중심을 무리 없이 이끌며, 서사의 흐름에 안정감을 더한다.

그런가 하면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속 아린은 사랑스러움의 정수를 보여한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그는 국문과 대학생 김지은으로 분한다. 평범하고 낭만적인 연애를 꿈꾸던 지은은 외가의 유전적 특이체질로 인해 하루아침에 꽃미남으로 변해버린다.

외적 정체성과 내면 감정 사이의 충돌, 그리고 그 안에서 여전히 사랑을 이어가려는 분투는 우스꽝스러운면과 진정성이 공존한다.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어려운 지점을 아린이 정확히 표현해낸다. 싱그러운 미소와 명랑한 에너지, 그리고 예기치 않은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연기톤이 작품의 중심축을 지탱한다.

‘어두운 스릴러’와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점이 인상적이다. 데뷔 5년 차, 본격적인 주연 궤도에 오른 시점에서 넓은 스펙트럼을 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언제부턴가 연기력의 편견으로 작용해온 현실에서, 아린은 그 한계를 가장 정공법으로 돌파하고 있다. 뛰어난 비주얼을 숨기고, 캐릭터에 맞는 목소리 톤과 얼굴 근육까지 조율하며 시청를 설득하고 있다.

이제 막 도약을 시작한 아린,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로 기억되고 있다. 기대를 갖기 충분하다.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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