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 | 대구·양평=원성윤 기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의 백미는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 분)가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을 테다. 초반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는 장면은 퀸의 팬이라면 전율을 일으킬 만한 장면이었다. ‘라이브 에이드’를 둘러싼 관중에서부터 피아노에 어지럽게 올라간 맥주와 펩시 잔까지도 완벽한 묘사였다.

퀸 불세출의 노래 가운데 ‘보헤미안 랩소디’가 단연 톱으로 꼽힌다. 이유는 구성에 있다. 아카펠라, 피아노 록, 오페라, 하드록에 머큐리의 목소리가 덧입혀지면서 독보적인 아우라를 완성했다. 기아 ‘EV9’을 빗댄 노래를 꼽으라면, 이 노래를 꼽을 만하다. 전기차, 퍼포먼스, 안정감, 캠핑카로서의 용도까지 올라운더 면모를 갖고 있는 ‘EV9’의 매력은 무궁무진했다.

대구까지 다녀와야 했다. 왕복 500㎞를 넘는 거리를 당일에 운전해야 했다. 장거리 운전이기 때문에 걱정이 앞섰다. 39℃에 육박하는 날씨 탓도 있었다. 국도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자 진가가 고스란히 나왔다. 부드러운 주행 질감은 고급 세단처럼 안락함을 선사했다. 자율주행 역시 ‘레벨3’에 준하는 기술로 운영돼 고속도로 구간마다 편안했다. 발을 거의 쓰지 않고 속도 조절이 쉬웠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덜 피곤했던 건 이런 기술력 덕분이었다.

차체는 웅장하다. EV시리즈 가운데 가장 상위 모델이다. 전장 5010㎜다. 카니발(5155㎜)보다 작고, 현대차 SUV 기함 팰리세이드(4995㎜)보다 크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축간거리)가 3100㎜에 달한다. 이는 2, 3열 시트를 접었을 때 장점이 드러난다. 광활한 공간이 펼쳐진다. 차박에 충분하다. 더구나 양옆으로 220V를 꽂을 수 있다. 시트도 스위치로 손쉽게 접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EV9’은 선과 면의 조화가 돋보이는 차다. 전면부에선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과 스몰 큐브 프로젝션 LED 헤드램프의 조합으로 완성된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가 눈에 띈다. 인테리어는 타원형의 크래시패드와 도어 패널, 12.3인치 디스플레이 2개와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를 한데 묶은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사이드미러와 리어미러가 ‘디지털’로 구현돼 선명하게 보인 것도 장점이다.

충전은 무난한 편이다. 다만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 이슈로 인해 80%만 충전해야 하기에 이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 564㎞를 완충할 수 있어도 이제 못 미치는 451㎞까지가 사실상의 최대치다. 100㎞가 남았을 때는 충전 알림까지 뜬다. 약350㎞ 안팎에서 운용해야 한다.

충전 인프라가 아직도 들쑥날쑥하다. ‘완전’ 전기차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지 못하는 이유다. 전기차를 이용하기 전에 충전소를 찾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충전소마다 충전 업체가 달라 미리 회원가입 및 카드 발급 등을 해야 한다. 비회원으로 충전하면 회원가에 2배 이상 비싸게 충전해야 한다.

‘EV9’ 풀옵션은 1억 원을 넘어간다. 상반기 768대를 파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3% 수준이다. 전기차의 연비 효율성과 높은 가격대가 상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한계에도 ‘EV9’이 지닌 독보적인 매력은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한 번’ 타보면 ‘와’하는 감탄이 나오는 차임에는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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