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웃기고 울리는데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짓게 되는 러블리 K 좀비 패밀리의 탄생을 알린 영화 ‘좀비딸’이다.

이윤창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 수아(최유리 분)를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 정환(조정석 분)의 코믹 드라마다.

영화는 정체불명 GAR 바이러스로 인해 좀비가 창궐하며 시작됐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 정환은 엄마 밤순(이정은 분)이 살고 있는 고향 은동리로 향하지만, 그 사이 딸 수아는 좀비에 물렸다. 이대로 딸을 포기할 수 없던 정환은 좀비가 된 수아를 지키기 위해 인간처럼 보이기 위한 극비 훈련에 돌입했다.

수아가 좀비가 되는 과정은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인간이 되기 위한 특훈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좀비가 인간인 척한다’는 기발한 상상력 덕분에 ‘좀비딸’은 여타 좀비물 작품과 다르게 무겁지 않게 나아간다.

캐릭터의 관계성은 극에 경쾌함을 더한다. 정환과 밤순은 좀비로 변해버린 수아를 그저 사랑하는 딸, 똥강아지 손녀로 여긴다. 덕분에 관객도 수아를 좀비가 아닌 평범한 사춘기 소녀로 느끼게 된다. 케이팝 댄스를 추고, 곱창을 좋아하는 좀비 소녀 수아는 그렇게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스며든다.

이 모든 흐름의 중심에는 ‘가족애’라는 메시지가 존재한다. 몇 차례 갈등 상황 속에서도 정환과 밤순이 끝까지 수아를 포기하지 않고 보살피면서, 이들 가족이 보여주는 서사가 뭉클함을 안긴다.

다소 황당한 설정은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로 인해 설득력을 확보한다. 조정석은 딸바보 아빠로 극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간다. 수아와 보여주는 티키타카는 물론, 끝까지 딸을 포기하지 않는 부성애는 절절하게 와닿는다. 작품이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도록 적재적소의 코미디로 풀어주고, 동시에 아빠로서 애틋한 감동까지 안긴다.

‘좀비딸’로 첫 스크린 데뷔를 앞둔 최유리는 능청스럽다. 좀비가 된 뒤 할머니 밤순의 효자손을 무서워하고, 인간 시절 기억이 이끄는 대로 보아의 곡 ‘넘버원(No.1)’ 안무를 소화한다. 억지스러울 수 있는 설정이지만,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미소를 유발한다.

할머니 밤순 역의 이정은과 정환의 친구 동배 역의 윤경호가 보여주는 케미는 매 순간 웃음 버튼이다. 토르 분장을 하고 나타난 동배에 한 번 터지고, “토르 아니고 토른자(도른자) 아녀?”라고 말하는 밤순에게 저항 없이 웃게 된다. 맑은 눈의 광인 같은 좀비 사냥꾼 연화(조여정 분)도 소소한 웃음을 부른다. 실제 오디션으로 합류하게 됐다는 애용이 역의 고양이 금동이는 영화 속 신스틸러다.

‘좀비딸’은 그야말로 무해한 웃음을 유발한다. 정환을 따라 수아의 특훈을 응원하며 정신없이 웃다보면 애틋한 서사를 가진 이들 가족에게 눈물을 쏟게 된다. 배우들이 보여주는 코미디 앙상블에 더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까지 되새기게 만든다.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 줄기는 원작 팬들까지 충분히 만족시킬 만하다. 모처럼 가족 구성원 모두가 손을 잡고 극장 나들이에 나서도 손색이 없다.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러닝타임은 113분, 12세 이상 관람가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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