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 원작 웹소설 속 기발한 상상력을 그대로 스크린에 구현했다. 알아서 재밌고, 몰라도 재밌는 ‘전지적 독자 시점’이 온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 소설의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 분)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분),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판타지 액션이다.

작품은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이른바 ‘멸살법’이라는 웹소설의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멸살법’이 완결되던 날, 김독자는 작가 ‘tls123’에게 장문의 혹평을 남겼다. 동료를 등지고 혼자 살아남은 유중혁의 결말을 인정할 수 없었던 탓이다. 이에 작가 ‘tls12’으로부터 “직접 결말을 써보라”는 답신을 받은 순간, 김독자가 ‘멸살법’의 세계관으로 들어가며 본격적인 서사가 펼쳐졌다.
‘전독시’의 가장 큰 매력은 원작 웹소설 속 화려한 판타지 세계관을 스크린에 생생하게 구현해냈다는 점이다. 김독자를 비롯해 동료 상아(채수빈 분), 현성(신승호 분), 희원(나나 분), 길영(권은성 분)이 각자 스킬(능력)을 펼쳐내는 방식은 마치 게임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화려한 볼거리, 탄탄한 세계관이 관객들을 순식간에 스크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또한 굳이 원작을 읽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몰입하게 한다. 김독자의 내레이션으로 설명되는 세계관은 그저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판타지 장르의 가장 큰 장벽인 ‘세계관 몰입’이 우려될 법 하지만, 김독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 명의 생존자가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엔 VFX 기술이 뒷받침됐다. 전체 1500여 컷 중 1300여 컷이 CG 분량으로 완성된 ‘전독시’는 기존에 없던 세계관을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무엇보다 ‘멸살법’ 전개를 담당하는 도깨비 비형, 김독자가 사용하는 무기 부러진 신념, 크리처 등의 매력도 상당하다. 실사화와 어우러지는 CG는 애니메이션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전독시’로 스크린 데뷔에 나선 안효섭은 작품의 중심축이다. 묘하게 지질하지만 그래서 인간미가 넘치는 면모부터 동료를 만나 성장해나가는 김독자를 안정적으로 표현한다. 꼬질꼬질한 정장을 입고 고군분투하며 뛰어다니는 안효섭 표 김독자를 절로 응원하게 된다. 안효섭과 맞붙는 이민호는 예상보다 적은 분량에도 존재감을 발산한다. 멸망한 세계에서 몇 차례나 홀로 살아남은 유중혁의 고뇌를 진중하게 풀어낸다.
무엇보다 김독자와 동행하는 동료의 ‘케미’를 보는 재미가 있다. 나나는 첫 액션 연기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려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채수빈 역시 비현실적인 세계관이 튀지 않도록 현실에 발을 붙인 연기로 중심을 잡아준다. 신승호도 묵직함으로 몫을 다하고, 길영 영의 아역 배우 권은성은 귀여움으로 무장한 신스틸러다. 그러나 블랙핑크 지수는 첫 등장부터 특유의 답답한 발성을 뽐내며 극의 흐름을 끊는다.
여름 영화 중 첫 주자로 출발한 ‘전독시’는 원작 팬과 관객 모두를 사로잡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작품 속 주요 배경은 3호선이다. 이를 두고 김병우 감독은 “기대감 없이 3호선 지하철에 앉아만 계시면 재밌는 사건이 일어난다. 나머진 저희가 알아서 하겠다”고 자신했다. 과연 이들이 어떤 성적을 얻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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