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절박했다. 거의 모든 오디션에 떨어졌다. 카메라로 봤을 땐 다양한 이미지가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보면 앳된 이미지 때문에 탈락했다는 이유가 많았다. 오디션을 볼 때 한창 장르물이 많았던 것도, 조유리의 외모보단 나이가 많아야 하는 인물에 도전한 것도 탈락의 배경이다. 그런 가운데 ‘오징어게임’ 오디션 공고가 올라왔다. 처음부터 시작했다.
조유리 소속사 관계자와 조유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오디션에 임했다. 대사 연기와 자율 연기 두 부분의 영상 오디션부터 시작이었다. 조유리 관계자는 “새벽 3시까지 영상을 보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과정을 오랫동안 거쳤다. 간절한 마음으로 임한다면 오디션에 꼭 붙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임했다”고 말했다.

진심이 통했다. 꾸준히 오디션에 붙었고, 감독 미팅까지 갔다. 최종 오디션 때 도저히 도울 게 없었던 조유리 매니저는 봉은사에 갔다. 부적을 사고 108배를 했다. 이 관계자는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데, 방법이 없었다. 하늘에 빌기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봉은사를 찾았다. 하늘에 눈물로 호소했다. 꽤 심하게 울었다”고 말했다. 조유리는 스스로 머리카락을 잘랐다. 준희 역할이 단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해서다. 최대한 날 것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결국 독보적인 캐릭터를 차지했다. 준희는 가족에게 버림받다 못해 남자에게도 거부당한 20대 임산부다. 사실상 ‘오징어게임2~3’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극적인 서사를 가진 인물이다. 이야기가 이어지게 하는 새 생명을 낳은 인물이기도 하다.
조유리는 “오디션에 붙고 나서 그저 기뻤다. 이런 큰 작품에 내가 함께 한다는 게 좋았다. 엄청난 검증과정을 거쳐서 합격했다. ‘얘를 맡길 수 있겠다’는 믿음을 받은 건데, 뿌듯했다.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 기회를 잡았다는 게 감사했고, 촬영하면서도 모두가 워낙 잘 챙겨주셔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복잡한 내면을 여러 측면으로 표현해야 했다. 신인에게는 부담될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촬영에 임하기 전까지 고민했다. 새로운 해석을 찾기 위해 골몰히 집중했다. 그 노력이 통했다.
공개 된 후엔 호평이 자자했다. 특히 “눈빛이 좋다”는 칭찬이 많았다. 실제로 보면 동글동글하고 큰 눈인데, ‘오징어게임’ 내에서는 시종일관 작게 찢어진 눈을 보여준다. 캐릭터에 한껏 녹아든 것이다. 명기(임시완 분)를 째려볼 때나, 공포에 떨 때, 기훈(이정재 분)에게 아이를 맡기는 순간 모두 감정과 표정이 적절했다. 첫 연기 데뷔라는 것을 감안하면 성공적이다.

냉혹한 서바이벌의 세계를 통과한 조유리다. 가정 형편 때문에 연예인 지망생으로 버틸 수 있는 마지막 통로에서 M.net ‘프로듀스48’을 만났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경쟁 사회에서 준희의 심정으로 이겨냈다. 비교적 작은 소속사였음에도 3위로 최종 합격했다.
“‘프로듀스48’ 때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었어요. 덕분에 준희의 심정을 잘 이해했던 것 같아요. 제 인생을 걸고 하는 거였다 보니 두려움도 많았죠. 아이돌 생활 하면서는 더 큰 서바이벌을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인생이 산 넘어 산이고, 오디션이 끝나지 않았어요. 이제는 ‘내가 서바이벌 강자’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차기작은 김용훈 감독의 ‘버라이어티’다. 아이돌 세계와 스릴러를 접목한 작품이다. 대본을 본 것 외엔 다른 소식을 들은 게 없다. 워낙 정보가 없어 아무 얘기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예능에서 말한 것처럼 단숨에 서울대 수준으로 올라선 조유리에겐 기회가 많이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첫 작품이라 이해받은 지점도 적지 않은 것 같아요. 이번 ‘오징어게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증명해야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더 좋은 이야기로 찾아게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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