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글·사진 | 대구=원성윤 기자] 치킨이 여름을 이긴다. 체감온도 40℃에 육박해도 상관없다. 치킨과 맥주만 있으면 된다. 그곳이 바로 야장(夜場)이요 피서지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를 뚫고 온 관람객들의 만면엔 여름의 더위 대신 미소가 가득했다. 올해로 13번째를 맞이하는 ‘대구치맥페스티벌’ 이야기다.
닷새 동안 무려 100만 명이 찾았다. 이제 지역 축제로써 확고한 지위를 구축했다는 것을 뜻한다. 대구 수성구에서 온 김은혜 씨(40)는 “사실 대구 살면서도 그동안 축제가 열리는 걸 알고만 있었다. 이번에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테이블 예약까지 하고 왔다.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다”고 말했다.


불볕더위에도 가족 단위 관람객이 찾는다. 남녀노소가 즐길 거리가 풍성하단 이야기다.
메인 무대인 ‘워터 스테이지’는 청하, 권은비 등이 출연해 워터밤 못지않게 무대를 꾸몄다. 박명수, 닛몰캐쉬, 래퍼 딘딘, DJ 준코코 등이 EDM 무대로 MZ리스너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카스가 마련한 ‘치카치카’ 부스와 ‘워터 스테이지’가 맞닿아 있는 것도 킬링 포인트였다. 치킨을 먹으면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부모 세대도 흥겹게 놀았다. ‘치맥 더 클럽’에서는 DJ 파티와 화려한 조명 아래 댄스 열기가 이어졌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치맥 포차 노래방’도 큰 호응을 얻었다. 록 발라드 대표주자 K2(김성면)와 YB(윤도현밴드)가 축제 마지막 날에 등장해 8090세대와 한데 어우러졌다.


어린이들은 흠뻑 젖을 수 있었다. 분수 광장에선 쉴 새 없이 물이 솟아 나왔다. 닭똥 같은 땀을 줄줄 흘리던 아이들도 무더위를 피해 분수에 몸을 맡기고 놀았다. 그 옆엔 또 ‘치맥 물총 서바이벌’도 열렸다.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상대방을 향해 물총을 쏘고 흠뻑 젖었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폭염을 잊고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행복해했다.



왜 ‘대구’의 치맥축제일까. 바로 이곳이 ‘K-치킨’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다.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멕시칸치킨의 ‘양념통닭’이 바로 1978년 대구 동구 효목동에서 시작했다. 이어 페리카나, 교촌치킨, 땅땅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대구·경북에서 히트하며 전국으로 확산했다.
이제 전국의 치킨점이 대구로 모인다. 80여 개 부스엔 자담치킨, 을지로옛날통닭, 뽕스닭강정 등이 모여 각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메뉴로 손님들을 유치했다. 수제 맥주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천브루어리, 갈매기브루잉, 대도양조장 등이 라거-페일 등 각종 맥주로 ‘치맥’ 하모니를 완성했다.




아쉬움도 있다. 바로 주차 공간이다. 좁은 두류공원 주차장(면수 86면)에 차들이 일제히 몰렸다. 인근 주차장은 행사로 통제됐다. 주차장 자리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른 축제가 임시주차장까지 확보해 1000면수 이상 만들어 놓은 것과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인근 인라인스케이트장, 대구문화예술회관 등 주차장을 개방하거나 임시주차장 확보가 필요해 보였다.
대구광역시 홍성주 경제부시장은 “폭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분들이 축제를 찾아주신 덕분에 대구치맥페스티벌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었다”며 “미흡했던 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더 발전시켜 치맥페스티벌이 대한민국 대표 여름 축제로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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