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원목으로 16세기 런던 구현
극에 숨결 불어넣은 대형 턴테이블·입체적 승강 무대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2년 만에 재연 무대에 올랐다. 초특급 캐스팅과 액터뮤지션의 라이브 연주, 웃음을 장착한 아름다운 스토리로 흥행 궤도에 속도를 붙였다. 특히 상황별로 움직이는 무대는 작품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송한샘 프로듀서(PD)는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프레스콜에서 원작의 감성을 섬세하게 구현해낸 무대 장치에 대해 설명했다.
작품의 무대는 거추장스러움을 제거하고, 나무 소재로 단조롭게 꾸몄다.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지만, 360도 회전하는 턴테이블과 무대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승강 장치로 입체적인 효과를 높였다.
송 PD는 “16세기 런던 글로브극장과 당대 극장들이 모두 목재로 지어졌다. 부드러운 질감과 그 시대의 무대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실제 원목으로 제작했다”며 “승강 무대로 술집을 표현하고, 뒤쪽으로 멀어지며 배가 떠나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무대를 돌리면서 사공이 물결에 따라 흘러가는 장치로도 쓰였다”고 소개했다.

무대가 무심한 듯 보이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위·아래, 앞·뒤, 오르고 내리며 회전하며 쉴 새 없이 변한다. 이를 통해 작품의 배경과 인물의 심리, 관계성에 대한 상상력을 높인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극 중에 극의 구조”라고 설명한 송 PD는 “2막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무대가 단결해 일치를 이룬다. 무대 위와 뒤 장면들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 중 하나로 쓰이는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회전의 의미는 무대 안팎, 즉 ‘셰익스피어’와 ‘비올라’의 집 안과 밖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작품은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연극화됐다. 손 PD는 “작가들이 영화의 대본을 연극으로 만들었다. 연극의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깜짝 놀랐다. 장면이 계속 변해, 장면 하나가 두 페이지 이상 넘어가지 않았다”며 “드라마·영화는 편집을 통해 무한하게 이동하지만, 연극을 그런 효과를 보여줄 수 없다. 각색한 원작을 관객에게 최대한 쉽고 편하게 보여주도록 전동 무대를 통해 스피드를 첨가했다. 집에서 OTT를 보듯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신경 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화면 밖 모든 배우가 모두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연출에 힘을 불어넣었다. 22인 배우가 원 스테이지에서 자기만의 연기를 펼치도록 주문했다. 무대를 마친 배우들의 온몸이 땀에 절어 소금 냄새가 날 정도로 에너지를 쏟고 있다.
손 PD는 “객석에서 프로시니엄(무대와 객석을 구분하는 아치 모양의 구조물)이라는 거대한 화면을 보고 있을 때 공동체 의식이 느껴져 아름답다”며 “우리는 인생이라는 무대를 걸어가는 배우와 같다. 각자 인생의 주인공이다. 무대만의 매력이 영화나 드라마와 비교되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는 잠시도 딴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작동하고 있다. OTT와 다르게 연극은 3시간 동안 한 공간에 가둬져 봐야 한다. 조금이라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라이브의 매력을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16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슬럼프에 빠진 시인이자 극작가인 ‘셰익스피어’와 귀족 ‘비올라’의 만남으로 신분과 자유, 창작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셰익스피어’ 역 이규형·이상이·손우현·옹성우, ‘비올라’ 역 이주영·박주현·김향기, ‘페니맨’ 역 임철형이 9월1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을 펼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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