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현실과 괴담의 경계를 허물었다. 신선한 접근이지만 어쩐지 공포감은 덜하다. 주현영 주연의 신작 ‘괴기열차’의 인상이다.

배우 주현영의 장편 스크린 데뷔작 ‘괴기열차’는 조회수에 목마른 공포 유튜버 다경(주현영 분)이 의문의 실종이 연이어 발생하는 광림역의 비밀을 파헤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호러 영화다. 지난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미드나잇 패션’ 섹션에 공식 초청됐던 ‘괴기열차’가 9일 개봉한다.

작품은 공포 유튜버로 살아가는 다경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다경은 괴담 소재를 얻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광림역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런 다경을 돕는 것은 광림역장(전배수 분)이다. 다경에게 광림역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하나씩 괴담으로 풀어줬다. 역장의 이야기가 시작되면 관객들은 다경과 함께 자연스럽게 괴담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괴담과 현실의 경계선이 모호해진다. 괴담이 스크린에 펼쳐지며 현실보단 괴담 같고, 괴담보단 현실 같은 이야기들이 관객의 몰입감을 높인다. 다경의 주변 인물들도 하나둘 괴담의 주인공이 되며 이야기는 한층 더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다만 가장 중요한 괴담의 ‘공포감’에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어딘가 어설픈 괴담들은 긴장감보단 웃음을 부른다. 문제는 ‘괴기열차’가 미스터리 호러 장르를 앞세웠다는 점이다. 어딘가 B급 호러 코미디의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작품은 끝까지 공포감을 몰고 가려 애쓰며 어긋난다.

또한 여러 괴담이 열차처럼 엮인 옴니버스 형식은 극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 중 하나지만 정작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이야기는 개연성이 떨어진다. 공포 장르에서 완벽한 개연성을 찾긴 어렵지만 후반부 뜬금없는 전개로 전체적인 이야기가 균형을 잃는다.

대사 역시 일상성이 떨어진다. 배우의 연기력이 아니라 대사 자체의 아쉬움이다. 역장이 다경을 연신 ‘자네’로 호칭하거나 다경이 우진(최보민 분)에게 “당신 같은 사람이랑 밥을 먹을 바엔 일을 하는 게 낫겠네요”라고 쏘아붙이는 장면 역시 일상적인 대화톤이 아닌 탓에 와닿지 않는다.

‘SNL 코리아’로 콩트 연기를 선보였던 주현영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웨딩 임파서블’ 등에 이어 또 한 번 정극 연기에 도전했다. 다경이 가진 통통 튀는 면모는 주현영과 잘 맞아떨어지지만 그의 대표 캐릭터 주기자와 떼어놓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다경의 해맑음부터 조회수로 인해 열등감에 괴로워하는 감정선을 매끄럽게 오간다.

공포감은 부족하지만 ‘괴기열차’만의 신선한 시도는 남았다. 새로운 호러물의 탄생에 의의를 둘 만하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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