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SBS플러스와 ENA가 공동 제작한 연애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가 또 한 번 출연자 논란에 휘말렸다. 이번엔 형사 사건이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24일 30대 남성 A씨를 준강간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나는 솔로’ 출연 이력이 있는 인물로,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주차장에서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준강간은 피해자가 심신 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을 때 이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다. 경찰은 혐의의 중대성을 고려해 A씨를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나는 솔로’는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또 다른 폭로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작성자 A씨는 출연자 B씨와의 교제 중 성병에 감염됐으며, 상대가 의료계 종사자였음에도 질환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삭제됐지만,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나는 솔로’는 폭행, 허위 경력, 조건만남 의혹 등 잇따른 논란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사실상 매 시즌마다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출연자 리스크는 ‘나는 솔로’에 국한되지 않는다. 채널A ‘하트시그널’ 역시 시즌1부터 시즌4까지 출연자의 과거사 문제가 연이어 불거졌다. 실형 선고, 음주운전, 학교 폭력, 교제 조작 의혹 등 방송 이후 진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시청자의 피로감도 커졌다.
최근 화제를 모은 예능 ‘흑백요리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식 대가’ 이영숙 셰프는 장기간 미상환된 채무와 관련한 민사소송에, 강승원 셰프는 사생활 논란과 횡령 의혹에 휘말렸다. 유비빔 셰프는 과거 불법 영업 사실이 알려지며 출연분이 삭제되기도 했다.
한 방송 PD는 “일반인은 방송 출연 자체가 처음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출연 조건으로 신원 보증 서류, 경력 증빙, 가족관계 확인 등 다각도의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라며 “필요할 경우 동의를 받고 범죄 이력 조회나 민사 소송 내용까지 참고할 수 있어, 서류상 검증만 놓고 보면 오히려 체계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데 있다. 결국 사람은 서류보다 더 복잡한 존재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태도나 가치관, 과거의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갈등은 제작진도 사전에 모두 파악하기 어렵다. 어느 순간 폭로가 올라오고, 제작진은 이미 촬영·편집을 끝낸 상황에서 사후 대응밖에 할 수 없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위험을 알면서도 제작진이 일반인 출연자를 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비용 절감이다. 유명 연예인보다 출연료가 낮고, 신선함과 몰입도는 오히려 더 높다는 판단에서다.
둘째는 예측 불가능한 진정성이다. 방송인이 아닌 일반인의 감정은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와 반응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리얼리티의 서사는 더 역동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사에 대해 광범위하고 선제적인 필터링이 필요하다”라면서 “더 중요한 것은 논란 이후 제작사의 자세다. 문제가 된 출연자를 과감히 편집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이런 논란이 몇 년째 째 대상만 바뀌어 계속되고 있다. 바람직한 제작·섭외 기준이 마련되도록 시청자들이 한순간 관심에 그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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