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회화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시간과 감정의 층을 품을 수 있을까. 화가 지오최(JIOH CHOI)는 바로 그 가능성에 대해 묻는다.

오는 6월 20일부터 서울 종로구 갤러리마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시선 너머, 시간이 머문 자리’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머무름’과 ‘감각’의 회화적 순간을 제안한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마리 정마리 대표의 기획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삶의 흐름 속에서도 잠시 시선을 멈추고 사유할 수 있는 여백을 마련하고자 기획했다.

작가 지오최는 미국 브라이스 캐년, 조슈아트리, 캐나다, 중국 산시성, 하동, 제주 등 국내외에서 채집한 자연과 기억을 오랜 시간 화폭에 담아왔다. 그 결과물은 풍경화를 넘어, 시간과 감정이 중첩된 감각의 지도라 할 만하다.

전시 제목 ‘시선 너머, 시간이 머문 자리’는 곧 작가의 회화적 철학이자 작업 방식이다.

지오최는 익숙한 사물과 풍경을 사실적으로 관찰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작업실에서 그것을 다시 펼칠 때는 감정과 기억이 얽힌 또 다른 차원의 여정이 시작된다. 그 흐름은 선형적이지 않다. 시간은 흐르지 않고 머무르고, 색은 기억을 품고 다시 피어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은 ‘동트는 브라이스 캐년’과 ‘한밤의 환상곡’이다. 동일한 장소를 각기 다른 시간과 감정으로 담아낸 두 작품은, 풍경이 곧 감정의 투영이며 기억의 반영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찬란한 아침을 담은 전자는 현장성과 순간성의 미학이라면, 밤의 환상을 담은 후자는 작가 내면에서 숙성된 이미지의 재구성이다. 단지 자연의 모습이 아니라, 그 순간 작가가 느낀 감정과 기억이 겹쳐진 사의적 회화라 할 수 있다.

김남윤 아미미술관 학예실장은 평론문을 통해 지오최의 시간을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정의한다.

“크로노스의 선형적 시간에서 벗어나, 감정과 기억이 중첩된 불투명한 시간 속에서 작가는 사유의 깊이를 시각화한다”며, 그의 회화는 “사실(寫實)과 사의(寫意)의 중간 지점에서 태어나는 투명한 감각의 순간”이라고 평가한다.

익숙하지만 낯선 이미지들 목수국, 매화, 계란후라이, 샤인머스캣 같은 일상적 사물도 지오최의 화면에선 시간과 감정의 층을 덧입고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작품을 바라보는 일이 곧 기억을 떠올리는 일이 되고, 감정을 소환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지오최의 풍경은 보는 이를 어느 기억 속으로, 또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감각의 지점으로 이끈다.

전시는 8월 1일까지 계속되며, 화~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이다. 뜨거운 여름의 한복판에서, 잠시 멈추고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고요한 회화적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 전시는 깊은 여운을 남길 것이다.

지오최 작가노트

늦은 어느 봄날 정원을 나가보니 흰 쌀밥 한공기씩을 뭉쳐 놓은 것 같은 불두화가 한가득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100호 캔버스 두개를 마당으로 옮겼다. 나는 꽃이 완전 만개해 아름다움의 정점에 다다르는 순간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즐기면서 이내 그 이후 서서히 지며 떠나갈 초라한 쓸쓸함에 대해 슬퍼한다. 어떠한 생명이든 떠나 보낸다는 것은 언제나 내겐 힘들다. 나는 유월 화려하게 핀 불두화를 그리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삶은 아름답다.

나의 작업에서 ‘사랑’은 중요한 주제다.

나의 삶 안에서 사랑이란...

치열하고 처절한 사랑...

위로받고 싶은 사랑...

매일의 삶을 살아내는 사랑...

무섭게 지켜야 하는 사랑...

작은 생명을 품는 사랑...

스러저 가는 것들에 대한 사랑....

사랑은 내가 사는 이유이다.

나는 관심이 가는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한참을 바라보다 보면 그 물체가 갖고 있는 원래의 속성 그 이면에 다른 세상이 있을 것 같은 상상을 하곤 한다.

나는 거대한 자연이 주는 경외로움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을 사랑한다.

인간의 상상으로 생각해 낼 수 없는 형태와 크기, 색을 보 면 현실에서 비현실로 넘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거대한 대자연을 마주했을 때 나는 이 에너지에 압도당해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마음에 담으려 노력한 다. 자연에서 나는 에너지를 받고 그 에너지로 그림을 그려 나가려 한다.

전시정보

-전시명 : 지오최 개인전 《시선 너머, 시간이 머문 자리》

-전시일정 : 2025년 6월 20일(금) – 8월 1일(금)

-전시장소 : 갤러리마리 (서울시 종로구 경희궁1길 35 마리빌딩)

-관람정보 : 화-토 11시-19시 (매주 일-월요일 휴관), 무료관람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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