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김다미의 연기에는 뾰족한 방향성이 있다. 바로 비범한 재주를 가진 이들을 연기한다는 점이다. 영화 ‘마녀’(2018)에선 한국판 소녀 히어로 자윤 역으로, 드라마 ‘이태원클라쓰’(2020)에선 천부적인 지능으로 기업을 일구는 이서 역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세월이 흘러도 독특한 캐릭터의 잔상이 뇌리에 박힌 건 인상적인 연기력 덕분이다.

최근 종영한 디즈니+ 시리즈 ‘나인 퍼즐’ 역시 마찬가지다. 천재적인 추리력을 가진 프로파일러 이나로 다시 한번 대표작을 갱신했다는 평이 나온다. 통상 주연급 배우가 1년에 두 작품 이상 소화하는 것과는 달리 약 2년 안팎의 텀을 두고 작품을 한다. 다작(多作)과는 거리가 먼, 과작(寡作·작품 숫자가 적은 것) 배우다.

김다미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시기마다 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고, 그게 내게 들어맞는 작품이었다. 선택한다는 건 양면성이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며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배우로서 남고 싶다”고 밝혔다.

‘나인 퍼즐’에선 이나의 괴짜 같은 특성을 드러내는 게 중요했다.

“제가 맡은 역할 중에 가장 캐릭터성이 짙었어요. 대사의 리듬이나 빠르기, 손짓이나 몸짓 등을 통해 이나가 가진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어요. 머리에서 입으로 나올 때 거치지 않고 직설적인 캐릭터처럼 보여야 했고요. 만화적인 느낌도 살리려 했죠. 넥타이와 안경 역시 이나랑 잘 맞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느낌을 하나씩 끼우면서 캐릭터를 완성했어요.”

파트너 형사 한샘(손석구 분)과 관계도 설득력이 있어야 했다. 한샘은 이나가 삼촌을 죽인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10년간 뒤쫓았기 때문이다.

김다미는 “10년을 의심했는데 어떻게 공조하는 관계로 바꿀 수 있을까. 감정의 흐름 변화를 사건의 지점마다 스며들게 했다”며 “한샘이 이나를 챙기는 포인트를 조금씩 넣으면서 관계성을 만들어갔다. 후반부에 한샘이 따르던 선배 형사 정호(김성균 분)가 죽고 한샘을 살짝 다독일 수 있는 그런 관계까지는 갈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극I’라고 할 정로도 내성적이다. 만남 대신 사색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혼자 침전하는 시간 끝에 떠오른 생각의 부유물을 수집해 연기로 승화시킨다.

“제 성격이 말이 없어서도 그렇지만, 대중에게 캐릭터로서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작품 속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노력하고, 많이 생각해요. 미래에 관한 생각은 잘 안 해요. 현재에 집중해요. 내가 이걸 해내고 잘해야 다음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나인 퍼즐’은 올해 디즈니+의 최고 화제작이다. 모든 시리즈 및 영화를 통틀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 1위에 등극했다. 김다미는 “처음 봤을 때 낯설고 묘한 느낌이 들 수 있다. 그 안에서 오는 재미와 포인트가 이 시리즈 매력”이라며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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