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난감했죠”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배우 유아인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강형철 감독은 의연하게 답했다. 감독으로서의 책임감, 다른 배우들을 위한 예의가 엿보였다.

강형철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인 영화 ‘하이파이브’는 장기 이식 수술을 받은 뒤 각기 다른 초능력을 갖게 된 다섯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의 능력을 노리는 세력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코믹 액션 활극으로, 지난달 30일 개봉했다.

당초 ‘하이파이브’는 지난 2021년 일찍이 크랭크업해 2023년 관객과 만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연 배우 중 한 명인 유아인의 상습 마약 투약 혐의가 불거지며 제동이 걸렸다.

강형철 감독은 의연해져야 했다. 이 작품의 시작과 끝을 맺는 연출에 주어진 무게였다. 강 감독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사건이 알려졌을 때 영화를 만든 사람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이 영화를 잘 만드는 것뿐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강형철 감독은 문제의 분량을 들어낼 것인지, 밀어붙일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결국, 밀어붙이는 선택을 했다.

강 감독은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다치지 않게끔 열심히 작업했다”며 “외적인 이유로 어떤 한 명을 (편집으로) 건드리게 되면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다치게 된다. 빛나는 이재인,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의 연기가 다치게 된다.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동시에 관객들의 마음도 헤아렸다. 강형철 감독은 “불편하게 보실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미세하게 조정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유아인이 연기한 기동은 ‘하이파이브’ 속 악동 캐릭터다. 안재홍이 맡은 지성과 사사건건 대립한다. 두 사람이 보여주는 ‘티키타카’도 ‘하이파이브’ 속 관전 포인트다. 기동을 건드린다면, 지성도 잘려나가야 했다.

특히 작품 속엔 지성이 기동을 구하기 위해 인공호흡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강형철 감독은 “두 캐릭터가 인공호흡을 거치고, 마지막에 ‘슬램덩크’의 하이파이브 장면을 오마주하면서 한 팀이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인간 대 인간으로 반목하던 이들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두 캐릭터의 연대는 팀 ‘하이파이브’의 연대이기도 했다. 유아인을 ‘최소’ 편집할 수밖에 없던 속사정이다.

‘하이파이브’는 각기 다른 다섯 명이 모여 벌이는 팀플레이를 담았다. 캐릭터 한 명, 한 명 모두 강형철 감독의 머릿속에서 출발했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하이파이브’는 강형철 감독의 오랜 꿈이었다. 강 감독은 “첫 영화부터 같이 해 온 PD가 있다. 초능력자로부터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들 얘기를 하더라. 그 로그라인으로 이 얘기, 저 얘기를 만들어보면 재밌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가장 첫 번째로 떠오른 건 배우 이재인이 연기한 괴력 소녀 박완서였다. 강 감독은 “어린 소녀가 멋있게 뛰어올라가는 이미지가 생각났다. 소위 ‘탱커(탱크 역할의 캐릭터)’가 힘센 아저씨가 아니라 소녀라면 개성이 있을 것 같았다”며 “각자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해 엉뚱한 캐릭터로 나누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이파이브’ 센터 완서를 만든 뒤부터는 일사천리였다. 폐를 이식받은 뒤 초인급 폐활량이 생긴 지성(안재홍 분), 신장을 이식받은 비밀 초능력의 선녀(라미란 분), 각막 이식 후 전자파 통제 능력이 생긴 기동(유아인 분), 간을 이식받고 치유 능력이 생긴 약선(김희원 분)이 차례로 완성됐다. 여기에 췌장을 이식받고 젊어지는 초능력이 생긴 빌런 영춘(신구, 박진영 분)까지 총 6명의 메인 캐릭터가 강형철 감독의 머릿속에서 튀어나왔다.

이를 두고 강형철 감독은 “누가 다 써 준 대본을 분석해서 찍으면 좋겠는데 제가 무능력해서 대본을 잘 못 보겠다”고 농담했다. 이어 “저만의 오리지널 작품은 작업이 오래 걸리고 고단하지만, 그래도 어떡하겠어요”라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시즌 2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 강형철 감독은 “처음 대본을 쓸 땐 꿈이 컸다”면서도 “사람은 겸손해져야 한다. 일단 개봉이나 잘 시켜보겠다”고 웃음을 보였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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