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논란을 피하지 않았다. 꽤 매섭게 몰아쳤다. 동료나 다름없는 배우를 저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타겟이 된 배우를 향한 대중의 불편한 심기가 타올랐다. 난감한 상황이었을텐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코미디언 이수지의 이야기다.
패러디의 시작은 단순했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에서 활용하지 못한 캐릭터를 실험해보고자는 취지였다. 반응이 바로 터졌다. ‘제이미맘’이다. ‘제이미맘’은 강남권에서 이른바 ‘라이더’를 하는 엄마들의 공통적인 면을 짚은 패러디다. 자녀를 픽업하며 차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말끝마다 요상한 영어를 붙이며,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는 면이 있다.
이수지는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제이미맘’ 캐릭터 비하인드를 밝혔다. 이수지는 “‘제이미맘’ 캐릭터는 SNL 시즌 종료 후 찾아온 공백기에서 출발했다. ‘SNL에선 못했던 캐릭터 실험을 내 유튜브에서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핫이슈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반향이 컸다. 배경엔 날카로운 통찰이 있어서다. 꽤 많은 부를 갖고 있으면서 소탈한 척 차에서 김밥을 먹는 등 오묘한 잘난척 하는 ‘강남 엄마’의 불편함을 정확히 꼬집은 점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몽클레어 패딩, 고야드 가방, 에르메스 스카프, 반클리프 목걸이 등 고가 명품을 착용한 캐릭터가 배우 한가인의 라이딩 브이로그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 이수지가 여행 중 촬영한 브이로그 영상이 또 다른 여배우의 콘텐츠와 유사하다는 의혹까지 겹치며, 일각에선 “실제 인물을 겨냥한 풍자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수지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특정 인물을 떠올리게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공감에서 출발한 캐릭터였다. 저격은 아니었다. 창작자로서 늘 조심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있다. 보는 분들이 오해하셨다면 그건 제가 더 신중하지 못했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 공개 이후, 대치동에서 ‘제이미맘’이 입었던 특정 패딩 점퍼를 입고 다니는 학부모들이 급격히 줄었다는 이야기가 퍼지기도 했다. 실제로 해당 브랜드 패딩 점퍼가 중고 사이트에 싼 가격으로 올라오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수지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해당 브랜드 관계자를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브랜드 측에서 이 콘텐츠를 불쾌하게 받아들이진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앞섰다. 걱정과는 달리, 돌아온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브랜드 본사 측은 오히려 콘텐츠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수지는 “몽클레어 본사 분을 만나게 됐는데, 콘텐츠를 재밌게 잘 봤다고 하시더라. 내부 사정으로 행사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저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에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일을 계기고 이수지는 책임감 더 느끼게 됐다. 창작자로서 영향력을 체감하면서, 웃음이라는 결과물 뒤에 있는 수많은 감정과 시선을 고려하게 됐다고 했다.
이수지는 “요즘은 콘텐츠 하나 만들 때마다 훨씬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누가 떠오를 만한 디테일은 없는지 몇 번이고 점검한다. 보는 분들 입장에서 불편함이 없게 만드는 게 제 직업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심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책임 있는 창작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앞으로도 공감할 수 있는 웃음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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