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콜업에서 멀티자원으로…김혜성, 다저스가 원하던 내·외야 전천후 자원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단기 대체 콜업”이라는 꼬리표가 무색해졌다.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데뷔 단 5일 만에 LA 다저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애초에 김혜성의 콜업은 장기 플랜이 아니었다. 주전 내야수들의 부상과 로스터 로테이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임시 조치였다. 다저스의 풍부한 선수층 속에서 김혜성은 한정된 기회 안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줘야 했다.

그러나 김혜성은 현재, 스스로의 가치와 존재를 증명해 내고 있다.

4일 애틀랜타전에서 수비 요원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신고식을 치른 김혜성은 6일부터 이어진 마이애미와의 3연전에 모두 선발로 출전하며 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 중이다.

특히 8일 경기에서는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하며 자신의 두 번째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단 3경기, 단 12타석에서 김혜성은 타율 0.417에 OPS 0.834를 찍고 있다. 이 수치는 단순히 운 좋은 스타트가 아니다. 정확한 컨택, 빠른 판단, 그리고 주루 본능까지 겸비한 결과다.

수비에서도 주목받는다. 김혜성은 2루수 한 자리에만 묶이지 않는다.

데뷔 3경기 만에 2루수, 유격수, 중견수까지 소화하며 다저스 벤치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지금의 그는 ‘콜업 대체 자원’이 아니라, 유틸리티 플레이어라는 확장된 가치로 평가받는다.

6일 마이애미와의 경기에서 2루수로 첫 선발 출전한 김혜성은 7일에도 같은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8일 경기에서는 8번 중견수로 깜짝 선발되며 외야에서도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경기 후반 2루수로 이동해 멀티 포지션 능력을 과시했다.

이는 다저스가 김혜성을 주목한 핵심 배경이기도 하다. 김혜성은 KBO 시절부터 수비범위 넓고 송구 정확한 유격수였고, 필요에 따라 2루수로도 안정적 수비를 소화해왔다.

최근엔 외야 수비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며, 메이저리그의 ‘슈퍼 유틸리티 트렌드’에 딱 들어맞는 카드다.

다저스 내부 상황도 김혜성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주전 내야수들의 로테이션과 부상 여파로 내야 유틸리티 자원의 가치가 올라간 상황이기 때문.

김혜성이 간혹 수비실책을 저지르지만, 여전히 ‘포지션을 채우는 선수’가 아니라, 경기를 바꾸는 유연한 옵션이다. 상대 투수에 따라 포지션을 조정하고, 경기 후반 전략에 따라 교체 활용이 가능한 전천후 자원이라고 봐야한다.

이제 남은 건 타격과 함께 ‘안정적 수비’와 ‘주루 플레이’의 향상이다. 타격은 궤도에 올랐고 수비는 이미 검증 단계에 들어섰다. 주루는 MLB 속도에 적응 중이다.

다저스의 다음 일정은 애리조나와의 원정 4연전이다. 김혜성이 선발 라인업에 계속 이름을 올린다면, 그의 멀티 포지션 능력은 팀 내 활용도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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