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들의 대변자였던 교황, 세월호 유족과의 만남부터 성소수자 포용까지…‘중립’ 대신 ‘연대’를 강조한 종교지도자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향년 89세로 선종했다. 역사상 첫 남미 출신 교황이자, 빈곤과 차별, 소외에 맞선 ‘가난한 이들의 성자’로 불린 그는 단순한 종교 지도자를 넘어 약자의 편에 서는 상징적 인물이었다.

◇ ‘세월호 유족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는 말의 울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2014년)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유족을 직접 만나 손을 맞잡고, 그들의 고통을 세계에 알린 순간은 상징적이다.

교황은 귀국 직전 “그들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종교 지도자가 중립이 아닌 연대를 선언한 이 발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윤리적 선언이었다.

◇ ‘누구를 단죄하리오’…한국 사회와 부딪히는 교황의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소수자에 대해서도 “나는 누구를 단죄하겠는가”라는 말을 남겼다.

성전환자에 대해선 “모두 하느님의 자녀”라고도 했다. 교회 내부 보수 진영의 반발이 있었지만, 그는 성소수자의 인권과 존엄을 적극적으로 인정했다.

이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이어지는 성소수자 관련 논란과도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일부 보수 개신교 세력이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공개적으로 일삼고, 정치권에서도 이들을 정치적 소재로 삼는 일이 반복되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의 포용적 언어는 분명한 시사점을 남긴다.

◇ 여성, 난민, 빈곤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의 교회 내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바티칸 고위직에 여성을 임명했다. “신은 남녀를 동등하게 창조했다”며 젠더 평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발언했다.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국경을 닫는 것은 생명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유럽 각국에 연대와 분담을 촉구했다.

아직도 여성의 공적 영역 진출, 외국인 노동자나 난민에 대한 배려가 미흡한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목소리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 교황의 ‘개혁’은 인간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늘 고통받는 이들의 편에 섰다. 교리 이전에 사람을, 제도 이전에 연민을 말했다.

전통과 관습 속에서 소외되었던 이들에게 “당신들도 하느님의 자녀”라는 메시지를 직접 전한 최초의 교황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종했지만, 그가 남긴 메시지는 여전히 살아 있다.

혐오 대신 포용을, 중립 대신 연대를 택했던 그의 정신은 한국을 비롯한 각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여러 갈등에 대해 깊은 성찰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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