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이제 ‘포스트 김연경’ 시대다.
김연경은 한국 배구의 아이콘이었다. 배구계를 넘어 스포츠 전체로 영역을 확장해도 될 만한 인지도와 대중성, 인기를 구가한 선수였다. 열성 팬을 몰고 다녔고, 배구 문외한조차 김연경의 경기는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 했다.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의 KBSN스포츠 시청률은 무려 2.784%를 기록할 정도였다. 스타가 곧 흥행을 보장하는 프로스포츠 무대에서 김연경은 ‘보물’과 다름없는 존재였다.
김연경은 2024~2025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이제 더 이상 ‘선수 김연경’은 볼 수 없다.
가장 걱정할 팀은 흥국생명이다. 공수에 걸쳐 가장 우월했던 에이스를 잃었다. 현재 V리그에 김연경의 뒤를 이을 만한 선수는 냉정하게 없다고 봐야 한다. 김연경은 전성기 시절 월드클래스 선수로 세계 무대를 호령했고, 30대 후반이 된 최근에도 리그에서 가장 우수한 경기력을 뽐냈다. 100년, 아니 1000년이 지나도 한국에서 나오기 어려운 배구 선수가 바로 김연경이다.
단순히 흥국생명 전력 하락만을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이는 곧 V리그의 위기를 의미한다. 김연경은 V리그 브랜드 가치 이상의 존재감을 보였다. 지금까지는 ‘배구=김연경’ 공식이 통했는데 이제 더는 성립되지 않는다.
스타의 부재는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바통을 이어받을 만한 선수가 없고, 한국 스포츠 특성상 국제 대회 성적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해 갤럽에서 실시한 2024년을 빛낸 스포츠 스타 순위를 보면 파리올림픽에 출전했던 신유빈(탁구)이 3위, 안세영(배드민턴)이 4위, 오상욱(펜싱)이 5위, 김예지(사격)가 7위, 김우진(양궁)이 8위에 올랐다. 2023년 조사에서 신유빈은 8위, 안세영은 5위에 자리했고, 나머지 선수들은 순위에 없었다. 국제 대회, 특히 올림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장기적으로는 유망주 육성이 시급하다. 아마추어 영역은 대한배구협회 소관이지만 한국배구연맹 차원에서도 다양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당장 2군 리그를 출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저년차 선수들의 실업 대회 참가를 확정했고, 2026년부터는 연맹 직영으로 유소년팀을 운영해 엘리트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밑그림도 그린다.
V리그 전체로 보면 수준을 올리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지난 두 시즌간 V리그는 아시아쿼터의 순기능을 확인했다. 국내 선수보다 낮은 연봉으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아시아쿼터 선수들은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V리그 내부에서는 아시아쿼터 확장도 논의하고 있다.
트라이아웃이 한계에 직면한 만큼 외국인 선수 자유계약도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남자부의 경우 2026~2027시즌부터 도입하는 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한국인인 해외 동포, 홈 그로운 개념의 국내 장기 거주 외국인에게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할 자격을 부여해 선수 풀을 넓힌다는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포스트 김연경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한 V리그의 고민은 계속될 전망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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