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내게는 운동도 일종의 정치라고 할까요.”
뭔가 ‘거꾸로 가는’ 투수가 있다. 불혹이 넘었다.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이다. 어느 정도 관리하면서 할 법도 하다. 반대다. 더 열심히 던진다. 불펜피칭 단계인데 실전에 나서도 될 정도다. 모두가 놀란다. 알고 보니 이유가 있다. SSG ‘맏형’ 노경은(41) 얘기다.
노경은은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JRTC)에서 진행 중인 2025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투수-야수 통틀어서 최선참이다. 리그 전체로 봐도 몇 안 되는 40대 선수다.

베테랑은 대체로 구단에서 믿고 맡기는 편이다. 노경은에게도 크게 주문하는 것은 딱히 없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다. 비시즌 몸 상태를 다 올렸다. ‘스탠바이’ 상태로 캠프에 왔다. 불펜피칭에서 시속 146㎞씩 던진다. 갈수록 더 빠른 공을 던질 기세다.
현장에서 훈련을 지원하는 불펜포수들은 입을 모아 “다들 좋지만, (노)경은이 형이 최고”라고 한다. 구단 관계자는 “당장 경기에 내보내도 되겠다. 너무 좋다”고 혀를 내두른다.

천천히 올린다고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그러나 노경은은 다른 각도로 접근했다. “2024시즌 끝난 후에도 시즌 때 경기 감각을 계속 유지했다. 어떻게 보면 무리일 수도 있는데, 중간투수라서 가능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만큼 근력 운동을 많이 했다. 작년 캠프 준비할 때보다 무게를 늘렸다. 아무래도 공을 많이 던지니까, 그만큼 근육을 채워 넣으려 했다”고 덧붙였다.

이유가 있다. “나이가 있어서 그렇다. 주변 시선이 그렇다. ‘꺾일 때가 됐다’고 본다. 걱정하는 시선이 많아진다. 그 걱정을 안 끼치고 싶었다. ‘걱정하지 말라. 나 쌩쌩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몸을 다 만든 상태에서 캠프에 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감독님과 코치님, 프런트 모두 걱정하지 말라는 뜻에서, 보여주려는 면도 있는 것 같다. 내겐 운동도 정치라고 할까. 걱정거리를 만들면 안 된다. ‘잘 만들어서 왔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오히려 비시즌이 더 힘들었다. 캠프 때 마음이 편하다. 몸조리도 여기서 한다”며 웃었다.

2024시즌 77경기 83.2이닝, 8승5패38홀드, 평균자책점 2.90을 쐈다. 시즌 후 2+1년 총액 25억원 프리에이전트(FA) 계약도 맺었다. 여전히 SSG 핵심 불펜이다. 사실 2024시즌 내내 “나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수시로 말했다. 현재도 온몸으로 외치는 중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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