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제55대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선거전에서 ‘조용한 현장 행보’를 거듭한 기호 1번 정몽규 현 회장이 모처럼 공식적으로 미디어 앞에 서 입을 열었다. 그는 경쟁 후보인 기호 2번 신문선 명지대 교수, 3번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을 향해 “비방과 선거 지연 행위를 중단하고 경선에 집중해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정몽규 후보는 11일 서울 신문로2가에 있는 포니정재단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월8일 치러져야 할 선거가 50일가까이 미뤄져 주요 결정이 미뤄졌다. 협회 안팎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후보들이 비방과 선거 지연 행위를 중단하고 경선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협회 현안을 외면하고 국민의 우려를 키우다가 이번 선거에 대한 축구인의 관심이 멀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 후보가 KFA 출입기자단 등을 불러 모아 기자회견 형태로 견해를 내놓는 건 지난해 12월26일 공약 발표 회견 이후 47일 만이다. 그 사이 스포츠서울과 정책 인터뷰 등 주요 언론사와 개별로 만난 적은 있다. 그는 조용하게 지방 위주로 현장을 돌며 선수, 지도자, 심판 등 축구계 관계자를 만나는 데 집중해 왔다.

선거는 애초 지난달 8일 예정됐다. 그러나 허정무 후보가 낸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이 인용돼 무기한 연기됐다. 결국 KFA는 새롭게 선거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3일 첫 회의를 통해 26일로 선거일을 확정했다. 특히 선거운영위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출신 3명과 언론인 3명을 투입하는 등 가처분 인용의 화두였던 불공정성 논란을 지우는 데 애썼다.

정 후보는 선거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만큼 그간 현장을 다니면서 느낀 소회를 밝히면서 공정한 경쟁을 다짐했다.

다음은 정 후보와 일문일답

- 모두 발언.

55대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기호 1번 정몽규 후보다. 새로운 일정으로 선거일이 확정된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간 여러 협회 현안이 미뤄져 안타까움이 컸다. 오늘 이 자리는 다른 후보에게 축구협회 정상화를 위해 경선에 집중하기를 촉구하면서 다시 각오와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서다. 1월8일 치러져야 할 선거가 50일가까이 미뤄져 주요 결정이 미뤄졌다. 협회 안팎 우려가 커지고 있다. K리그는 개막 앞두고 있다.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치를 감독과 코치진이 대회 1년 앞두고도 구성되지 못하고 있다. 3월부터 시작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위한 대표팀 지원도 중요한 시기다. 협회장에 출마한 후보들이 비방과 선거 지연 행위를 중단하고 경선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협회의 현안을 외면하고 국민의 우려를 키우는 후보의 주장이 지속하다가 이번 선거에 대한 축구인의 관심이 멀어질까 우려된다. 새로 선거 운동을 시작하며 오직 현장 중심 선거 운동을 펼치겠다. 선거가 지연되며 더 다양한 분야 축구인을 만난 건 한편으로는 감사한 일이다. 이 분들과 소통하며 더 큰 책임감을 품게 됐다. 협회장에 마지막으로 도전하는 내가 해야할 일이 더 선명해졌다. 현장에서 만난 지도자는 새로운 전술에 대한 갈증이 컸고, 여자 선수는 연봉 상한 드래프트제에 대한 발전적 (의견을) 제시했다. 앞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겠다. 당선하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현안 뿐 아니라 한국 축구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외교 활동, 축구종합센터 등 인프라 개선에 더 집중하겠다. 또 지난 임기에 아쉬운 건 다음 세대 축구행정가를 육성하지 못한 것이었다.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한국 축구 국제경쟁력을 높일 것이며, 디비전 시스템까지 완성해 행복한 대한민국 축구계를 만들겠다.

- 지난달 21일 정부 처분에 대한 행정 소송을 냈다. 결론이 선거 이전에 나올 수도 있는데.

협회에서 잘 생각해서 집행정지 신청을 했으리라고 본다. 그 사이 문체부와 여러 측면에서 소통이 부족했던 게 있다. 우리는 규정을 잘 지켜서 했다고 생각하나, 감사에서 부족한 점을 확인했다. 그간 문체부 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체육회 감사를 지속해서 받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공익지정단체로 감사 받았는데 어느 체육단체보다 체계적으로 잘 운영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앙정부 눈높이에 미흡했던 것 같다. 난 자세한 과정은 모른다. 문체부에서는 ‘행정적 조치가 아니다’라고도 한다. 자세한 이해가 없기에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 상대 후보가 선거인단을 늘리자는 얘기를 하는데.

공약에 선거인단을 좀 더 늘리기로 했다. 축구협회 등록 팀수가 5300여 팀이다. 등록 선수가 20만 명이다. 20만 명을 다 선거인단으로 꾸리기엔 비용도 들 뿐더러 한달에 한 두 번 경기하는 동호인과 직업 선수를 같은 비중으로 보는 것도, 누가 대표성을 보이냐는 것도 애매하다. 협회 지배구조를 만드는 데엔 많은 토론이 있어야 한다. (회장에) 처음 선출됐을 때 24명이 선거에 참여했다. 16개 시도협회장과 대의원 등. 2014년에 문체부와 상의해서 100명대로 늘렸다. 그다음에 200명 수준이 됐다. 당선되면 (요구에) 맞도록 잘 하겠다. 나중에 좋은 의견 주시면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

- 체육회장 선거를 비롯해 각종 종목단체 회장 선거를 통해 정책에 참여하려는 구성원이 많다는 걸 보여줬다. 선거 뿐 아니라 임기 기간에도 구성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게 중요해졌는데.

처음 당선했을 땐 대표의 대표들만 선거했다. 그땐 잘 못느꼈다. 이번에 심판, 동호회, 조기 축구회 선수, 경기감독관, 여자 선수 등 많은 분을 만나면서 내게 유익한 시간이었다. 한사람 한사람 모두 소통하는 건 쉽지 않다. 다만 요즘 새로운 기술이 발달됐다. 인터넷이나 다양한 기술로 의견을 반영하는 게 있다. 당선이 된다면 그런 것을 잘 반영, 좀 더 정교하게 소통하겠다.

- 다른 후보의 비방에 대해 언급했다. 가장 억울한 점은?

내가 (임기 기간) 한푼도 안냈다는 식의 얘기가 있다. 12년간 3000만원만 냈다고 하시는데 축구인을 만나 낸 밥값만 해도 100배는 아니어도 몇 십배는 될 것이다. 실제 감독 선임(과정)이나, 월드컵 포상금 등을 (출연한 것을) 많이 들으셨을텐데, 그렇게 말씀하셔서 조금 억울했다. 이런 얘기가 많이 퍼지는 것도 의아하다. 물론 돈을 얼마 쓴 것을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니다.

- 50억 기부하겠다는 공약은 그대로 유지하나.

축구종합센터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문체부에서는 협회 대출 등을 두고 재정적 안정성을 우려한다. 그런데 은행이 가장 잘 알지 않겠느냐. 은행은 조금이라도 안정성이 없는 기관에 대출해줄리 없다. 협회는 중계권료 협상 등으로 훨씬 많은 수익을 낼 것이고, 스폰서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 어느 정도 증명됐다고 본다. 앞으로 잘 설득해나가야 한다. 그런 부분을 원활하게 하려고 50억 기부 얘기를 한 것이다.

- 문체부와 오해, 잘 설득하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문체부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이다. 당선 이후에도 지속할 가능성이 있는데.

(선거 출마를 위해) 12월 중 사퇴한 상태다. 협회장에 당선된 것도 아니다. 지금 말씀드릴 상황은 아니다. 만약 잘해서 당선이 된다면 자세히 설명하겠다.

- 향후 집행부에서 축구인 갈등을 푸는 것도 과제인데.

어느 조직이나 사람이 다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갈등이 없을 순 없다. 잘 모아서 대의를 만드는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미래 축구 환경이 더 좋아지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과거 이런 게 미흡했다고 보고 더욱더 신경쓰겠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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