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플로리다=김동영 기자] “얼마 나왔다고?”

스프링캠프에서 불펜피칭을 하는 투수가 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특별하다. 시작부터 불같은 공을 뿌렸다. 그 투수가 노경은(41)이기에 더 놀랍다. 선수단 전원에게 던지는 ‘메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경은은 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JRTC) 불펜장에서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첫 피칭에서 48개 뿌렸다. 두 번째는 69개 던졌다.

한눈에 봐도 공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묵직한 공이 포수 미트에 날아가 꽂힌다. 시속 146㎞까지 나왔다. 다른 공도 시속 140㎞를 손쉽게 넘겼다. 공을 받은 포수도 "지금 (노)경은이 형이 가장 좋다"며 혀를 내둘렀다.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적응을 위해 포수 앞쪽에 설치한 선을 끊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공을 뿌렸다. 지켜보던 이숭용 감독, 송신영 수석코치, 경헌호 투수코치 모두 감탄사를 쏟아냈다.

나이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1984년생으로 41세다.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그러나 쌩쌩함 그 자체다. 2024시즌 77경기 83.2이닝, 8승5패38홀드, 평균자책점 2.90을 쐈다. 리그 홀드왕 타이틀을 품었다. 노경은이 없었다면 SSG 5강 경쟁도 없었다.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계약도 맺었다. 2+1년 총액 25억원이다. 다시 스프링캠프에 왔다. 노쇠화 징후는 전혀 안 보인다. SSG 투수들 가운데 가장 강한 공을 뿌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동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시즌 때도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는 선수다.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노하우도 충분하다. 이쪽이 되니 불혹의 나이에도 실력을 유지할 수 있다.

팀 내 젊은 선수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SSG 관계자는 “선수들이 노경은을 보고 ‘와’ 하며 감탄만 해서는 안 된다. ‘저 선배는 어떻게 저렇게 하는가’라는 마음을 품어야 한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배워야 하지 않겠나. 팀 전체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몇 년간 불펜 때문에 애를 먹었다. 그래도 올해는 서진용이 수술 복귀 2년차를 맞아 정상 컨디션으로 뛸 수 있다. 김민도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젊은 선수 성장도 보인다. 양과 질에서 한결 나아졌다.

여전히 중심은 노경은이 잡는다. 후배들이 눈에 불을 켜고 선배 노경은의 모든 것을 뺏을 생각을 해야 한다. 시즌이 시작되면 어렵다. 스프링캠프가 최적의 시간이다. 허투루 보내서는 안 된다. 아직 캠프는 많이 남았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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