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타이베이=김동영 기자] “페디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 KBO리그에서 빼어난 모습을 보인 후 메이저리그(ML)로 돌아가는 일이 이상하지 않게 됐다. 가장 최근이 에릭 페디(31·세인트루이스)다.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는 선수가 있다. 제임스 네일과 찰리 반즈다. KIA와 롯데는 가슴 졸일 수밖에 없다.
MLB네트워크 존 모로시 기자는 현재 대만에서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 라운드 소식을 전하고 있다. ML에 정통한 저명기자다.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네일과 반즈 얘기를 꺼냈다.
그는 “네일과 반즈는 페디처럼 될 수 있다”며 “페디는 KBO리그에서 성공한 후 빅리그로 복귀했다. 선발로 뛰고 있다. 네일과 반즈도 그렇게 될 수 있다. ML 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디는 2023시즌 KBO리그를 지배한 투수다. 30경기 180.1이닝, 20승 6패 209삼진, 평균자책점 2.00을 찍었다. 1986년 선동열 이후 37년 만에 단일 시즌 20승-200삼진을 일궜다. 투수 트리플 크라운도 품었다.
시즌 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달러에 계약하며 빅리그에 복귀했다. NC도 잡고 싶었지만, 감당이 안 됐다. 페디는 2024시즌 31경기 177.1이닝, 9승 9패 154삼진, 평균자책점 3.30을 찍었다. 단연 커리어 하이 시즌이다. 떨어진 가치를 한국에서 다시 끌어올렸다.
네일과 반즈도 같은 루트를 밟을 수 있다. 네일은 페디처럼 스위퍼를 던진다. 이 구종이 강력하다. 현재 ML을 지배하고 있는 구종이다. 반즈도 수요가 있다. ‘스리쿼터형 왼손투수’는 현재 빅리그가 선호하는 유형으로 꼽힌다.
KIA와 롯데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네일을 2024년 KIA 통합우승 주역이다. 불의의 부상을 당한 후에도 팀을 위하는 마음을 보였다. 국내에서 재활했고, 건강하게 돌아와 한국시리즈에서 호투를 뽐냈다. 당연히 KIA는 재계약을 원한다.
반즈도 롯데에 꼭 필요한 선수다. 2024시즌 부상으로 25경기 등판에 그쳤으나 그래도 150.2이닝을 먹었다. 9승 6패 171삼진, 평균자책점 3.35다. 삼진은 데뷔 후 가장 많다. 롯데도 붙잡고자 한다.
관건은 ‘보직’이다. 네일과 반즈 모두 선발을 원한다. 실제로 ML에서 선발투수로 보는 팀도 있는 모양새. 불펜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불펜은 선발보다 계약액도 적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국내 잔류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페디가 맺은 2년 1500만달러 계약은, ML에서는 거액이 아니다. KBO리그는 얘기가 다르다. 209억원에 달한다.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ML과 돈 싸움에서는 이길 수가 없다. 여차하면 강제로 외국인 투수를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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