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용인=김용일 기자] 아무리 좋은 경기장도 ‘관상용’으로 두면 가치가 없다. 수백, 수천억 원을 들여 짓는 현대식 경기장은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 등 경기 개최 그 이상의 가치를 그린다.

축구대표팀 ‘홍명보호’의 월드컵 3차 예선을 깜짝 개최한 용인미르스타디움이 마침내 관상용 오명을 딛고 메이저급 경기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8년 개장한 용인미르스타디움은 3만7155석을 갖춘 최신식 경기장이다. 날아오르는 용을 형상화한 외관이 특징이다. 다만 개장 이후 이렇다 할 활용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상일 용인시장 취임 이후 각종 스포츠 예능 촬영의 메카로 떠올랐고, 프로축구 K리그에 이어 남녀 A매치를 모두 개최한 경기장이 됐다.

대중에게 어필할 계기가 된 건 2019년 4월6일 열린 여자 A매치 한국과 아이슬란드전이다. 이후 2021년 7월13일 김학범 감독이 지휘한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아르헨티나와 평가전을, 2023년 4월11일 콜린 벨 감독이 이끈 여자 축구대표팀이 잠비아와 평가전을 나란히 용인미르에서 치렀다. 그 사이 경기도 체육대회(2022년) 등 몇몇 행사가 열렸으나 대중의 관심을 얻기엔 부족했다.

용인미르의 존재 가치를 제대로 일깨운 건 지난 2022년 10월 용인시청에 입단한 높이뛰기 ‘월드스타’ 우상혁이다. 그는 용인미르에서 훈련 뿐 아니라 여러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했다. 지난해 SBS ‘미운우리새끼’, JTBC ‘뭉쳐야 찬다’ 등에 출연해 용인미르를 배경으로 여러 재능을 뽐냈다.

용인시 한 관계자는 “우상혁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용인미르를 배경으로 멋지게 날아오르면서 경기장이 많이 알려진 게 사실이다. 이후 스포츠 예능 관련 프로그램 관계자로부터 경기장 섭외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올해 용인미르는 제2 탄생과 다름이 없다. K리그2 수원 삼성이 수원월드컵경기장 리모델링과 맞물리며 8월부터 용인미르스타디움을 시즌 잔여 홈경기장으로 활용 중이다.

또 대한축구협회는 잔디 문제가 불거진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대신해 15일 한국과 이라크의 월드컵 3차 예선 4차전 홈경기를 용인미르로 옮겨 치렀다. 여러 지역 경기장을 후보로 올렸지만 잔디 상태 등 여러 조건에서 가장 적합하다고 꼽았다.

잔디 상태가 불량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홈경기 개최에 제동이 걸린 광주FC 역시 용인미르를 임시 홈경기장으로 쓰게 됐다.

용인시는 용인미르를 안방으로 하는 프로축구단창단 등을 검토하고 있다. 물론 보완 과제도 따른다. 최대 화두는 교통. 한국-이라크전 역시 4만에 가까운 인파를 넉넉하고 편리하게 수용할 교통편, 주차 시설이 부족하다는 견해가 나왔다. 경기장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은 경전철 삼가역인데 도보로 900m다. 용인시는 향후 ‘용인미르스타디움역’ 신설 등을 포함해 교통 편의 대책 마련도 고심 중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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