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도입 후 수비보다 공격 강조

PS 시작 후 포수 약점 도드라져

전통적 포수 가치 증명, 관전포인트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볼만 받을 수 있으면 되는 시대 아닌가요?”

시즌 중반쯤 일이다. 패스트볼이 잦아 이유를 궁금해하던 차에 몇몇 구단 관계자가 자동 볼판정시스템(ABS) 도입 이후 달라진 풍토라고 귀띔했다. ABS 도입으로 포수의 프레이밍 능력이 필요없어졌다는 얘기도 들렸다. 빼어난 프레이밍 기술을 보유한 롯데 포수 유강남이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도 ABS 영향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낯선 포수들의 약진도 올시즌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였다. 두산 김기연 KIA 한준수 NC 김형준 등 젊은 포수들의 등장은 허를 찌르는 투수리드보다 호쾌한 타격 덕분이라는 얘기도 들렸다. 포수로서 이들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게 아니라, ABS 탓에 ‘수비형 포수’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분석이라고 생각했다. 야구를 보는 다양한 시선 중 하나이니, 맞다 틀리다를 논할 의견은 아니다. “야구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현장 지도자들의 볼멘소리도 ‘틀린 주장’이라고 받아치기 어려운, 관념에 도전장을 내민 하나의 사건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1000만 관중이라는 신기원을 이룬채 시작한 포스트시즌은 그래서 포수들의 움직임에 눈길이 갔다. 마침(?) 두산 양의지가 쇄골 염증으로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상태여서 와일드카드결정전부터 나름의 관전포인트였다.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7경기를 치렀는데, 시즌 중반 몇몇 구단 관계자의 말이 계속 오버랩됐다. 포수의 역할이 축소된 게 도드라져서다.

투수와 포수 모두 ABS 모서리 공략에 열을 올린다. 공 하나 넣고빼고에 딱히 집중하지 않는 인상이다. 가령 ABS상 바깥쪽 보더라인을 찾으면, 우선 타자의 반응을 본다. 왜 스트라이크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면, 대충 비슷한 곳에 미트를 댄다. 심판의 눈을 속이지 않아도 되니, ‘포구행위’만 하면 된다. 수싸움도 하지만, 속칭 ‘타자를 꼬실 이유’가 희미해진 인상이다.

포수석에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지 않으니, 공격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110경기 이상 치른 포수 중 지난해 단 한 명뿐이던 3할타자가 세 명(양의지 한준수 강민호)에 이른다.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린 포수도 다섯 명(박동원 장성우 강민호 양의지)이나 된다. 포수는 수비보다 공격이 더 중요한 척도로 떠오른 셈이다.

정규시즌이라면 내일이 있으니 큰 문제 없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하루 단 한 경기만 열린다. 투수나 타자 모두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상대를 대한다. 긴장감이 높으면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으니, 포수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우승포수’가 크게 각광받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때문에 포스트시즌에서 각 팀 포수의 움직임은 여전히 관전포인트다. ‘ABS 이전 시대의 포수상’을 지키는 포수가 마지막에 웃는다면 ‘포구만 해서는 우승할 수 없다’는 등식이 성립된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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