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윤세호 기자] 재치가 넘쳤다. 극적으로 팀 승리를 이끈 역전 3점포 순간을 재미있게 풀었다. KT 멜 로하스 주니어가 KBO리그 최초 5위 결정전 주인공이 되면서 긴 가을을 응시했다.
로하스는 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SSG와 5위 결정전에서 2번 타자 우익수로 출장해 홈런 두 방 포함 3타수 2안타 4타점으로 활약했다. 1회말 선제 솔로포, 그리고 8회말 결승 역전 3점포까지 로하스가 모든 것을 다한 이날 경기였다.
KT는 4-3으로 SSG를 꺾고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오는 2일 두산에 맞서 잠실구장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는 KT다.
다음은 경기 후 로하스와 취재진 일문일답.
-극적으로 승리했다. 소감은?
오늘 경기 팀이 승리하는데 도움이 돼 기쁘다. 홈런도 기쁜데 팬분들이 또 한 번의 포스트시즌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더 기쁘다. 팬 응원에 보답해 기분이 좋다.
-8회말 선두 타자 심우준이 안타 치고 다음 대타 오재일도 안타를 쳤다. 그리고 타석에 섰을 때 무언가 느낌이 왔나?
일단 8회 심우준 선수가 어떻게든 출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출루를 바랐는데 출루했고 김민혁 타석 때 오재일을 내서 많이 놀랐다. 김민혁이 최근 타격감이 가장 좋았는데 모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타 오재일이 안타를 쳤다.
정말 감독님은 천재라고 생각한다. 그 상황에서 최근 가장 잘 치는 타자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 많은 생각을 하셨을텐데 대타가 성공했다.
타석에서는 이미 김광현이 등판하려고 불펜에서 몸을 푸는 것을 봤다. 나 또한 심리적으로 준비를 했다. 김광현을 상대하는데 팬들의 함성이 하나도 안 들리고 타석에서 투수와 승부만 집중했다. 원하는 공이 오면 강하게 쳐야겠다고 생각하고 타석에 섰다.
-홈런 치고 나서 타구를 보며 걸어가더라.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는데 어떤 기분이 들었나?
맞을 때는 공을 안 봤다. 홈런인 줄 알았다. 그런데 더그아웃 동료들을 보니 동료들이 반신반의하는 거 같더라. 내가 로하스인데 나를 못 믿나 싶었다.(웃음) 나는 맞자마자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실투였고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한대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
-구종이 체인지업이었다. 코스도 실투였는데 구종을 노렸나, 코스를 노렸나?
특정 구종을 노리지는 않았다. 로케이션을 노렸는데 생각보다 높게 왔다. 김광현이 나를 상대할 때 어렵게 볼배합을 한다. 그런데 노린 로케이션보다 높게 와서 정타로 잘 맞았다.
-시즌 막바지 찬스에서 좀 고전했는데 오늘 다시 해결사로 맹활약했다.
후반기 좀 떨어지기는 했다. 변명할 수는 없다. 그래도 마지막 3, 4경기 정도 나쁘지 않았다. 시즌 중 계속 해온 루틴에서 조금 바꿨다. 훈련보다는 휴식을 많이 취하고 있다. 훈련 할 때는 특정 훈련에 집중해서 하는데 이게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내일부터 진짜 가을야구 시작이다. 목표는?
시즌 초반부터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했다. 이렇게 가을야구에 돌입하니까 지금 목표는 역시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물론 5위가 한국시리즈 우승한 적이 없는 것을 안다. 어려운 길인 것도 안다. 그래도 우리는 오늘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두산도 좋은 팀이지만 우리도 강팀이다.
-KT가 처음 가을 야구를 한 2020년. 당시 포스트시즌 상대가 두산이었다. 로하스 선수도 있었다. 그때를 기억하면 복수하고 싶은 생각도 있을 것 같다.
내가 그 시리즈 마지막 아웃을 당했던 기억이 난다. 가슴이 쓰린 기억이다. 돌려주고 싶다. 그해가 KT 첫 번째 포스트시즌이었다. 그때는 경험이 부족했다. 상황에 맞는 플레이는 못했다. 하지만 이후 계속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이제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
-올해도 KT는 순위표 가장 마지막 자리부터 여기까지 올라왔다. KT가 지닌 저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리가 마법사 아닌가. 마법을 부려서 여기까지 왔다(웃음). KT는 슬로 스타터로 알려져 있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후반기에 강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그게 저력으로 나타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시즌을 치르는 동안 더 좋은 결과를 내서 더 높은 순위로 끝냈다며 좋았겠지만···그래도 어려울 때 팀이 잘 뭉치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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