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배우 변우석 김혜윤 주연의 쌍방구원 로맨스 tvN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N차 정주행 드라마팬들이 늘어나며 드라마 곳곳에 숨겨진 복선 읽기가 또 다른 재미를 안기고 있다.

‘선업튀’는 이미 연재가 완료된 웹소설 ‘내일의 으뜸’을 원작으로 하지만, 드라마화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설정이 바뀌었고, 정교하게 각색됐다.

과거 tvN‘톱스타 유백이’(2019) 웹툰 원작의 ‘여신강림’(2021) 등을 집필한 이시은 작가가 대본을 잡은 ‘선업튀’는 주인공 임솔(김혜윤 분)이 현재인 2023년에서, 15년전인 2008년, 14년전인 2009년으로 가서 최애 류선재(변우석 분)와 각각 재회하며 과거와 현재가 서로 영향을 끼쳐 2023년을 재설계해가고 있다.

마치 한쪽 면이 바뀌면 반대쪽 면이 바뀌는 큐브처럼 시간과 사건이 재편되는 스릴 넘치는 재미를 안긴다. 또한 애초에 이것까지 염두에 두고 촬영한 건가 싶을 만큼 떡밥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34번 버스를 따라잡는 류선재

‘선업튀’ 2회에서는 드라마의 영어 제목 ‘러블리 러너’(Lovely Runner)에 딱 들어맞는 명장면이 나온다. 선재와 솔이 함께 버스에 탄 가운데 솔이 인파에 치여 학교 앞에서 못 내린 것. 이를 발견한 선재는 달리는 버스를 기어이 따라잡아 지각 위기의 솔을 구한다.

로맨틱하게 질주하는 선재의 모습만큼이나 눈길을 끈 것이 바로 이 버스의 번호 34번. 솔은 4회에서는 34번 버스를 타고 가다 잠들었고, 주양저수지에 잘못 내렸다가 취객을 만나 물에 빠지는 위기를 겪는다. 과거 솔이 하반신이 마비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는 날 탄 버스도 34번이고, 그 모든 버스에서 솔을 구한 사람은 선재다.

이 드라마의 시작에 류선재와 임솔은 2022년 12월 31일 만났고, 류선재는 34세가 되는 1월1일 0시 사망선고를 받는다. 임솔이 15년 전으로 타임슬립한 시간도 바로 그때다. 결국 34세에 멈추는 두 사람의 운명을 류선재와 임솔이 시간을 달려 따라잡는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솔이네집 34-1, 선재네집 35-1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솔과 선재 집의 번지수도 의미심장하다. 솔이네는 누리동 34-1번지, 선재네는 35-1번지다. 2화 엔딩에서 선재는 대문 앞에 잘못 놓인 택배를 들고 맞은편 집으로 향했고, 그때 노란 우산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는 솔을 처음 만난다. 비오는 날을 싫어하던 수영선수 선재에게 솔은 햇살 같은 미소로 다가와 우산을 씌워줬고, 박하사탕을 쥐여주곤 총총히 앞집으로 사라진다.

현재에서 류선재는 호텔 수영장으로 돌연 추락해 34세에 사망하지만, 과거에서 솔의 납치사고를 기어이 막아내며 미래는 바뀐다. 2023년의 솔은 건강하게 두 다리로 걷고 있고, 톱스타 류선재도 34세를 다시 맞이한다.

선재가 솔과의 행복한 연애 하루 만에 연쇄살인마 김영수(허형호 분)의 보복살인으로 재차 칼에 찔려 중태에 빠지지만, 10화에서 솔이 묻어둔 타임캡슐을 미리 열고 자신의 죽을 운명을 알게된 뒤 2023년에서 류선재의 중태 기사는 사라졌다.

2008년 김영수의 차에 치이며 하반신 마비가 된 솔과 2023년 김영수의 손에 죽는 선재는 타임슬립으로 과거가 바뀌며 새로운 34세, 새로운 35세를 맞게 되는데 번지수마저도 절묘하다.

◇선재의 시계+타임캡슐 속 태엽 시계

솔이는 1화에서 이클립스 콘서트장을 찾았고, 눈 내리는 한강다리에서 최애 류선재를 만난다. 집에 돌아와 선재가 건넨 우산을 고이 닦은 솔은 경매에서 300만원을 주고 구매한 류선재의 손목시계가 들어있는 보석함에 선재가 준 핫팩도 고이 보관하는데 선재의 시계 아래에는 갈색 가죽케이스에 담긴 태엽 시계가 하나 더 들어있다.

‘선업튀’에서 이 2개의 시계는 타임슬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솔은 선재의 손목시계를 우연히 눌러 19세로 2번, 20세로 1번, 총 3번의 타임슬립을 이미 마친 상황. 이제 타임슬립으로는 다시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와 선재를 만날 수 없다.

솔은 2023년에도 선재가 살아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두번째 타임슬립에서 함께 타임캡슐을 묻었는데, 2023년 선재는 솔의 바람대로 살아서 타임캡슐을 열어 한차례 생명을 연장했다. 최근 공개된 10화에서 20세의 선재가 타임캡슐을 미리 열어보며 또 다시 미래를 바꾼 상태. 솔이가 선재의 시계와 함께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던 태엽 시계와 관련된 비밀이 남은 화에서 추가로 공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13일 방송되는 11화 예고편에서 류선재는 솔이가 자신의 목숨을 구하러 왔다는 걸 이해하고 받아들였고 “부지런히 달려갈게. 네가 있는 2023년으로”라며 사랑을 고백한다. 결국 솔이가 떠나고 나면 선재는 홀로 과거에 남겠지만, 새롭게 맞이할 34세의 ‘해피엔딩’ 떡밥이라는데 시청자들은 열광하고 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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