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한국 양궁 레전드 기보배(36)가 현역에서 물러났다.

기보배는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기보배는 자타공인 한국 양궁의 전설이다.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 37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9개를 수확했다. 국내 대회에서는 금메달 57개, 은메달 41개, 동메달 33개를 차지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며 2관왕에 올랐고,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단체 금메달, 개인 동메달을 따냈다. 그 공을 인정받아 2017년 대한민국체육훈장 청룡장을 받기도 했다. 기보배는 지난해에도 태극 마크를 달 정도로 출중한 기량을 자랑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기자회견에 임한 기보배는 “27년 동안 이어온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려 한다”라며 “두 번의 올림픽에 나갔지만 양궁에서 올림픽을 나가면 상상하기 힘든 고충과 부담감이 따른다. 한 번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뒤를 이을 후배들을 생각하며 물러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파리올림픽까지도 생각해봤지만 대표 선발조차 어렵기 때문에 여기에 만족하기로 했다”라고 은퇴를 결심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기보배가 꼽은 최고의 순간은 런던올림픽에서의 2관왕 달성이다. 기보배는 “마지막 슛오프 한 발로 나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었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금메달이라는 성과가 나왔다. 양궁 인생의 전환점이 된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매 순간 후회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많은 대회에 참가했는데 큰 아쉬움은 없었다. 그래도 리우올림픽 개인전 4강전이 생각난다. 2연패를 달성하고 싶은 꿈이 컸다. 그 문턱에서 무너졌다. 다시 시간을 돌리고 싶다”라며 리우올림픽 개인전에서 장혜진에 밀려 동메달에 그친 장면을 아쉬운 순간으로 꼽았다.

출산 후에도 현역 신분을 유지했던 기보배는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힘든 순간도 있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 국내 대회에 나가면 늘 나이 많은 언니로 경기에 출전했다. 결혼 후 선수 생활을 이어온 선수들이 나를 보며 대단하다는 말을 했다. 허투루 경기를 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종목을 포함해 ‘엄마 선수들’이 팀에 방해가 되는 게 아니라 후배들에 귀감이 되길 바란다”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현역에서 물러나는 기보배는 양궁의 생활체육화를 위해 일하겠다고 했다. 체육학 박사 학위 소지자이기도 한 그는 “생활체육 발전에 도움이 되고 양궁의 우수함을 세계에 알리는 일이 있다면 어떠한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 누구나 양궁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올림픽에서만 사랑받는 운동이 아닌 일상에서도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힘껏 노력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한 가정의 아내, 어머니이기도 한 기보배는 울먹이며 “가족의 헌신적인 도움 덕분에 지난해에도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등 은퇴하는 순간까지 최고의 기량을 지켰다. 이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더 보내겠다. 아이가 성장했을 때 조금 더 나은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제2의 인생도 지켜봐 주시고 응원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딸 이야기에 눈물을 쏟았던 그는 “사실 스포츠는 시키고 싶지 않았다. 최근에 15개월 정도 가까이 지냈는데 나 못지않게 승리욕이 강하다. 뭘 해도 잘할 것 같다. 본인이 하고 싶다면 양궁이든 다른 스포츠든 시켜보고 싶은 의향이 있다”라며 딸을 ‘제2의 기보배’로 키울 생각도 있다고 했다.

기보배는 올해 파리올림픽에 해설위원으로 나선다. 그는 “올림픽에 임하는 선수의 중압감과 부담감은 정말 무겁다. 그래도 아시안게임을 보며 잘 준비하면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에서 묵묵하게 응원하겠다. 파리올림픽에서 해설위원으로 일하는데 현장에서 생생하게 소식을 전하겠다”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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