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인천=윤세호 기자] “다시 백지다. 아쉬운 부분 보완하고 잘했던 부분 더 살려서 또 새로운 그림을 잘 그리겠다.”
생각의 변화가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전과 달리 숫자를 의식하지 않았다. 마운드 위에서 던질 공 하나하나만 집중했다. 그러면서 커리어하이 시즌을 이뤘다. 팀도 29년 한풀이에 성공했다. 자연스럽게 2년 연속 우승이 과제로 다가온 가운데 다시 ‘무의식’에서 출발선에 선다. LG 투수조 조장 임찬규(32)가 새 시즌 담금질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이전과 다른 비시즌이었다. 염원했던 통합우승을 이룬 후 프리에이전트(FA) 계약과 성대 수술 등으로 분주히 겨울을 보냈다. 한겨울에도 일찍 몸을 만드는 스타일이라 목이 성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개인 훈련을 놓지 않았다. 애리조나 캠프에 앞서 일본 오키나와에서 오승환 등 선배와 함께 미니캠프도 치렀다.
임찬규는 30일 미국 애리조나 출국에 앞서 “우승은 작년 일이다. 새해를 맞이했고 이전 캠프와 같은 마음으로 새 시즌을 준비한다. 이전처럼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느낌이 아닌 ‘우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더 착실히 준비했고 캠프에서도 준비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작년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캠프지만 선수로서 위치는 달라진 임찬규다. 1년 전에는 과거와 달리 선발 로테이션을 보장받지 못했다. 롱릴리프로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다 4월 중순부터 선발진에 합류했다. 14승 144.2이닝 평균자책점 3.42로 개인 최고 시즌을 보냈다. 기록과 구속 등 자신을 평가하는 모든 숫자를 머릿속에서 지운 채 순간에만 집중한 결과였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임찬규는 “아무래도 선발 자리가 확정됐으니까 시즌 준비는 보다 착실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마인드가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은 똑같다. 투수로서 공 하나에 집중하면서 던질 수 있게 잘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여전히 숫자를 목표로 두지는 않았다. 그래도 투수조 조장으로서 동료들과 함께 쫓아야 할 방향은 설정했다.
임찬규는 “작년 우리 팀은 공격, 수비, 불펜 모두 정말 좋았다. 아쉬운 부분은 국내 선발이 좀 약했던 건데 (최)원태, (김)윤식이와 이 부분에 대해 얘기했다. 작년에 우리가 선발로서 채우지 못한 이닝을 채워주면 올해 중간 투수가 빠져나간 부분을 메울 수 있다고 본다. 너무 거창한 게 아닌 매 경기 1, 2이닝씩만 더 던지면 시즌이 끝날 때는 선발 이닝 수가 크게 늘 것이다. 작년 불펜에 신세를 많이 졌으니까. 이제 선발이 해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023년 LG는 선발 723.1이닝으로 이 부문 9위에 그쳤다. 반대로 불펜은 570이닝으로 이 부문 2위였다. 케이시 켈리와 임찬규 두 명만 규정 이닝을 소화하면서 선발과 불펜이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이닝을 과제로 삼은 가운데 지난 12월에 맺은 FA 계약이 새로운 에너지가 된다.
4년 26억원 보장·인센티브 24억원에 계약한 임찬규는 “중요하지 않은 시즌은 없지만 FA 첫 시즌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약에 따른 동기부여도 확실히 된다”면서 “그렇다고 예전처럼 몇 승, 몇 이닝을 정해두지는 않겠다. 물론 우승, 3점대 평균자책점, 15승을 다 이루고 싶다. 하지만 이를 목표로 삼으면 이루지 못한다. 그냥 공을 잘 던지면 된다. 즉 다시 백지다. 아쉬운 부분 보완하고 잘했던 부분 더 살려서 또 새로운 그림을 잘 그리겠다. 그러면 결과도 따라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슴 속에 품은 지침서도 있다. 저자 하비 A 도프먼의 ‘9회말 2아웃에 시작하는 멘탈 게임’이다. 심리적으로 흔들릴 때마다 이 책을 펴서 마음을 다잡는다. 이번 캠프에서도 함께 한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
0